대검-중앙지검 간부 10여명 회의… 이성윤 빼고 전원 “기소 찬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30일 03시 00분


[‘靑 선거개입 의혹’ 13명 기소]검찰 내부 기소 결정 과정


29일 오전 10시 대검찰청 8층 검찰총장 집무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회동 대신 ‘울산 지방선거 개입 피고발 사건 처리회의’가 열렸다. 집무실에는 대검찰청의 구본선 차장, 배용원 공공수사부장, 임현 공공수사정책관, 이 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의 신봉수 2차장검사,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검사 등 10여 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신 차장검사 등은 송철호 울산시장과 한병도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즉시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이 유일하게 기소에 반대했지만 회의는 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신 차장검사 등은 서울중앙지검으로 되돌아가 차장 전결로 공소장을 결재한 뒤 법원에 곧바로 접수시켰다.


○ 이성윤의 나 홀로 반대, 기록에만 남기고 기소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신 차장검사는 1차 기소 대상인 송 시장 등 13명에 대해 추가 수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임박했으니 공정한 선거를 위해 신속한 기소가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30여 명으로 구성된 수사팀 검사들의 입장도 모두 일치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윤 총장과 대검 참모들 역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팀 의견에 동의했다.

회의 참석자 중 이 지검장은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냈다. 이 지검장은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황 전 청장 등을 거론하며 “조사 후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또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관련자의 대질신문과 추가 압수수색까지 주장했고, 일부 회의 참석자들은 이 지검장의 발언에 대해 실소했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13명 기소에 대해서도 대검 내부의 전문수사자문단과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 회의에 부쳐 이른바 ‘레드팀’(조직 내부에서 반대 입장을 내는 역할을 하는 팀) 입장까지 검토한 뒤 신중히 처리를 하자고 주장했다. 전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기소 전에 내·외부 회의를 거치라고 당부한 것과 비슷한 취지다.

하지만 윤 총장 등 나머지 참석자들은 사안이 복잡하고 보안을 필요로 하는 사건이기에 추가 내부 회의를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황 전 청장의 경우 수차례 검찰 출석 요청에 불응하고,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힌 것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소환조사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의 반대 의견은 기록에만 남겼다.

○ 하명수사와 공약 지원, 후보자 매수 등 모두 기소

검찰이 발표한 A4용지 3장 분량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기소 대상 13명은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과정에 다양한 방법으로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 하명(下命)에 따른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 송 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공약 지원, 송 시장 경쟁 후보자를 매수해 단수 공천되게 하는 등 크게 세 갈래 의혹이 모두 기소 대상에 들어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 시장의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와 경찰 등 국가 조직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됐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송 시장과 백 전 비서관, 한 전 수석 등을 기소하면서 기소 대상자의 구체적인 혐의를 밝혔다.

우선 검찰은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해 당시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송 시장이 2017년 9월 황 전 청장에게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송 시장의 핵심 측근인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청와대에 제공한 범죄 정보로 가공 작성된 범죄첩보서는 백 전 비서관이 같은 해 11, 12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경찰로 하달했다. 황 전 청장은 김 전 시장 수사에 미온적이던 경찰관들을 인사 조치한 뒤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시켰다.

송 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공약 지원 의혹도 선거에 부정한 영향을 끼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판단했다.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은 2017년 10월 장환석 전 대통령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김 전 시장의 핵심 공약이던 산재모병원 사업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발표를 연기해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전 선임행정관은 이 같은 부탁을 받아들이고 산재모병원이 예타 조사에서 탈락한 내부정보를 넘겨줘 송 시장 측은 공공병원 등을 공약으로 준비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청와대가 송 시장 당선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내 경쟁 후보를 부정 매수했다고 봤다. 한 전 수석은 2018년 2월 송 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기업 사장과 해외 공사 등을 제안하면서 경선 포기를 권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공식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만 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김정훈 기자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검찰 기소#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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