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자살기도ㆍ절도 이어 성폭행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8일 14시 08분


동대문구 성폭행범 최근 행각…범행 후에는 은신

서울 동대문구 초등학생 성폭행 피의자가 범행 전에 생활고로 절도를 하고 자살도 기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구속된 양모(26)씨가 피해 아동이 사는 장안동으로 거주지를 옮긴 것은 불과 두 달 전이었다.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웨이터로 일한 양 씨는 지난 5월 일을 그만두고 유흥주점에서 만난 여종업원 2명이 세 들어 사는 장안동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일을 그만둔 탓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양 씨는 여성들에게 도움을 구한 것이다.

고향인 제주에서 돈을 벌어보겠다고 상경한 양 씨에게 서울생활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았다.

경제적 궁핍 속에 양 씨는 성폭행 범행 전에 한차례 자해를 하기도 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18일 "양 씨와 함께 산 여성의 진술로는 양 씨가 범행 이전에도 생활고를 비관하며 자해를 했다"며 "당시 여성이 양 씨에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고 충고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양 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강남구 논현동에서 지인들과 밤새 술을 마시고 귀가하면서 범행 현장 인근의 옷 수선 업소과 식당에서 각각 옷가지와 오토바이를 훔쳤다.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장안동 일대를 누비던 양씨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불과 500m 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A(7)양을 발견했다.

양 씨는 집 앞에서 놀던 A양을 비어 있던 A양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 성폭행하고 금반지와 베트남 지폐 4만동(2500원) 등을 훔쳐 달아났다.

범행 후 양 씨는 경찰의 눈을 피하고자 대부분을 장안동 반지하방에서 숨어 지냈다.

외출을 되도록 삼갔고 인근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한꺼번에 여러권 빌려 읽고는 했다.

양 씨가 경찰을 처음 만난 것은 사건 발생 19일째인 지난 14일. 탐문수사를 나온 경찰은 양씨의 구부정한 모습 등이 CCTV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범행 현장에서 나온 DNA와 대조하려고 그의 구강세포를 채취했다.

그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심리적 압박감에 14일 밤목을 매 자살하려다가 실패하고 왼 손목을 그어 자해했다.

양 씨와 함께 산 여성에게서 자해소식을 들은 양 씨 부모는 15일 오전 상경해 항공기편으로 아들을 데리고 제주도로 향했다.

이미 경찰이 CCTV 보강수사와 통신수사 등으로 양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상태였다.

양 씨는 15일 오후 1시40분 경 제주공항에 도착했으며 왼손에 붕대를 하고 휠체어를 탄 모습이 공항 CCTV에 포착됐다.

이에 동대문서는 제주에 검거조를 급파했고 제주 서부경찰서와 공조 수사 끝에 입원해 있던 양씨를 긴급체포했다.

수사망을 피해 숨어지낸 양씨의 20일간 도피행각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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