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성폭행 살인 김길태 항소심 ‘사형→무기징역’ 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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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6일 03시 00분


“불우환경-우발 범행-심신미약 참작”… 재판부 ‘양형-여론은 별개’ 판단한듯

부산 여중생 이모 양(13)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강간 살인 등)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김길태(33·사진)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는 1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김길태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또 1심대로 20년간 위치추적장치(전자발찌) 부착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사회적 공분(公憤)을 불러일으켰던 이 사건에 감형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우발적 범행으로 사회적 책임도 있다”는 재판부

재판부는 “평소 성격이나 행동, 이전 범죄 전력 등을 볼 때 계획적이라기보다 피해자가 반항하거나 시키는 대로 하지 않자 우발적으로 살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살인죄 처벌 전력이 없고 생명권 침해가 한 사람에 그친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언론에 지나칠 정도로 많이 보도돼 엄벌 여론이 형성되는 등 1심 재판부 양형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 가족 학대와 사회적 냉대를 받아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졌다”며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고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또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감정 결과가 있고 정상인과 같은 온전한 정신상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길태는 항소심에 앞서 세 차례에 걸쳐 정신감정을 받았다. 2차 감정 때 ‘측두엽 간질’과 ‘망상장애’ 등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1, 3차에서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 외에는 정신질환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우발적 살인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피해자 목을 3∼5분간 강한 힘으로 눌러 죽인 것은 명백한 고의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성폭행 상황이라면 누구나 반항하기 마련인데 그런 점 때문에 우발적 범행이라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 가족들은 격앙, 누리꾼들은 논란 중

선고 직후 이 양 가족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양의 어머니(38)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너무 놀랐다. 납득이 안 되고 인정할 수도 없다. 딸만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딸이 이 판결을 보고 하늘에서 뭐라고 하겠나. 차라리 내가 김길태를 죽이고 무기징역형을 받겠다”며 분개했다. 부산지검은 상고를 검토하고 있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가족들과 상고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누리꾼들은 ‘사형제를 사실상 무력화한 것’ ‘이해할 수 없는 판결’ ‘사형보다 무기징역이 더 고통스러울 것’ 등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부산시민 김모 씨(40)는 “초등학생 성폭행범 김수철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는데 김길태처럼 살인은 하지 않았다”며 “사법부의 양형기준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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