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 후폭풍… 2008년 ‘2심서 2명 집유’ 양형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광주인화학교 장애 소녀들 성폭행 사건 판결 어땠기에…
‘13세 성폭행 혐의’ 기각 등 여론 거센 비판… 당시 판사 “피해자 고소 취소… 집유 불가피”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청각장애 소녀 성폭행 사건 판결에 대해 “가해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새로 꾸려진 ‘양승태 사법부’가 이를 주목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일부 판사는 26일 급히 이 영화를 직접 보고 내용을 보고할 정도로 긴장하는 분위기다.

27일 취임한 신임 양승태 대법원장은 취임식 뒤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에서 가해자들에 대한 양형이 낮은 데 대한 비난 여론이 있는 걸 아느냐”는 질문에 “실제로는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영화에서는 집행유예로 그려지는 등 영화에 나온 피고인들의 양형이 실제 사건의 양형과 다르다”며 “이 사건의 판결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래전 사건인데 현재 진행되는 것처럼 묘사돼서 국민의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영화 ‘도가니’는 광주 광산구 삼거동의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청각장애 소녀 성폭행 사건을 영상으로 담았다. 학교장, 행정실장, 기숙사 생활지도교사 등은 소녀들을 상습 성폭행했다.

2008년 1월 당시 광주지법 형사10부(부장판사 김태병)는 청각장애 소녀들을 성폭행한 혐의(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등으로 교장 김모 씨(당시 62세)에게 징역 5년, 행정실장 김모 씨(당시 60세)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생활지도교사로 일하던 이모 씨(당시 38세)와 박모 씨(당시 61세)에게는 각각 6개월과 10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누리꾼들은 교장 김 씨의 공소사실 일부 가운데 13세 소녀 A 양에 대한 성폭행 혐의 부분을 공소기각한 것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재판부는 A 양이 다른 소녀가 성폭행당한 사건에서 수사기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술한 점을 근거로 의사능력이 있었다고 보고 고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녀가 지능상 현저한 장애는 없어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누리꾼들은 “13세 장애 소녀가 특수학교에서 교장에게 반항하고 고소의사를 표출할 수 있었겠느냐”고 질타했다.

광주고법 항소심에서는 피해자와 합의가 된 사정을 감안해 교장 김 씨와 생활지도교사 박 씨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져 다시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김 씨와 박 씨의 형은 너무 무겁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을 맡았던 이한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진짜 의사에 따른 고소 취소인지 재판부가 검토했지만 적법한 합의와 고소 취소가 아니라고 볼 수 없었다”며 “고소 취소된 다른 성폭행 사건들도 검토했지만 실형이 선고된 경우가 없어 형평성 차원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영화가) 경찰 법원 변호사 간에 협잡이 있었던 것처럼 묘사하거나 전관예우가 있었다고 법원을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판을 잘못했다면 판사직을 그만두겠지만 법과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동영상=아동 성폭력 고발...영화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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