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행과 장애인 성폭행 문제, 그리고 특히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권리 묵살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인 소설가 공지영 씨(48·사진)는 2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영화가 개봉되면 의식 있는 사람들과 사회적 문제 제기를 위한 여론을 형성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초반부터 뜨거운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공 씨는 ‘도가니 열풍’의 이유에 대해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고, 가장 약한 아이들이 피해를 보아도 무관심 속에 잊혀져 가는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만들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성폭력에 대해 너무 관대하고, 여성과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 성폭력처벌법, 사립학교법 등 영화 속에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집약돼 있다”며 “엄밀히 말하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끝난 사건이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들이 중지를 모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의들이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펄펄 끓다가 얼마 뒤엔 차갑게 식어버리는 모습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약자보호 못하는 시스템에 영화 본 대중들 뜨겁게 반응” ▼
“대중이 영화에 이렇게 뜨겁게 반응하는 데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주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분노가 큰 것 같습니다. 평소 사회에 가진 불만을 영화에서 보다 보니 반응이 뜨거운 듯합니다.”
영화 ‘도가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40·사진)은 29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논란이 될 줄은 예상했지만 전 사회적인 이슈로 불거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도가니’를 통해 왜곡된 사회 시스템과 구조를 건드리고 싶었다는 황 감독은 이 사건이 또 다른 ‘마녀사냥’을 촉발할 것을 우려했다. 그는 “빨리 달아올랐다가 식을 수 있다는 우려도 든다.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나 판사, 검사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즉각적인 분노를 넘어, 장기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해 차분하게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최근 국회 등에서 움직임이 있는데 그런 대안마저 너무 빨리 나오는 것 같아요.”
입양아 출신 주한미군의 친부모 찾기 실화를 소재로 한 ‘마이 파더’(2007년)로 데뷔한 그는 “도가니를 제안받은 뒤 힘들었고 영화가 잘돼도 힘들다. 다음에도 실화영화를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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