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선희]성인여성 대상 성범죄 어쩌라고… 시늉만 낸 성충동 약물치료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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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6일 03시 00분


장선희 사회부 기자
장선희 사회부 기자
흉악한 성범죄가 잇따르자 4일 정부는 성충동 약물치료(일명 화학적 거세) 대상자를 현행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범죄자’에서 ‘19세 미만 대상 범죄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물치료 대상을 성범죄의 경중에 따라 정하지 않고 피해자의 나이로 무 자르듯 구분하는 게 타당한 접근법인지 의문이 든다. 성범죄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타깃이 될 수 있다. 7월 발생한 통영 사건의 범인 김점덕의 경우 과거에는 할머니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하려다 살인까지 저질렀다.

법무부 관계자는 성충동 약물치료 대상을 미성년 상대 범죄자로 한정한 이유에 대해 “실효성이나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은 발의된 지 4년이 지났고 지난해 7월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도 1년이 넘었다. 이제 와서 “논의가 부족해 일반 성인 상대 범죄자에게까지 확대할 수 없다”는 것은 그간 고민이 부족했음을 자인하는 변명으로 들린다.

한발 나아가 이 법을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에서는 치료 대상자를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 중에서도 성도착증이 있고 재범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고 한정짓고 있다. 하지만 성도착증의 개념부터가 매우 모호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감정하지만 성범죄자가 ‘내가 성도착증 환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법이 시행된 후 검사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심리상담을 통한 성도착증 판단을 10여 건 요구했지만 그중 딱 한 건만 인정받았을 정도다. 외국의 경우 아동을 보고 발기 반응이 일어나는지 등의 신체적인 측면까지 꼼꼼히 살핀 다음 치료 여부를 결정짓는 것과 대조적이다. 재범 가능성 역시 판단하는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으로 객관적인 지표는 아니다.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셈이다.

성범죄가 갈수록 극성을 부리자 심지어 외과적으로 성기를 제거해버리는 ‘물리적 거세’를 하는 법안을 여당 의원이 내놓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 소식을 전하는 기사엔 ‘여태껏 본 대책 중에 가장 확실해 보인다’는 댓글들이 적지 않게 달려 있다. 법무부가 한층 현실적인 제도 보완책을 내놓지 않는 한 자극적이고 소모적인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장선희 사회부 기자 sun10@donga.com
#성범죄#화학적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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