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性교육’이 답이다]학교 성교육에는 ‘성범죄 예방’ 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본보, 서울 초중고생 285명 설문… 男고교생 40% “아동포르노 본적 있다”
임신-출산에만 치우친 성교육… 존중-성폭력 대처법 가르쳐야

“성범죄 대책이 무수히 나왔지만 작정하고 달려드는 사람을 무슨 수로 막습니까. 사람을 욕구 충족 대상이 아닌 인격체로 보게 하는 교육의 힘이 절실하죠. 학교에서 제대로 성교육 받은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여덟 살 난 딸 나영이(가명)가 조두순에게 성폭행 당하는 참극을 겪은 아버지는 의외의 성범죄 해법을 내놨다. 그는 최근 전남 나주 여아 성폭행 사건 등 잇따르는 성범죄와 관련해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결국 올바른 성교육이 답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하고 있을까? 남녀 신체 차이, 임신, 출산 등 생물학적 설명에만 치중한 채 성관계가 남녀 간의 사랑과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임을 가르치는 데는 소홀한 게 아닐까?

동아일보는 5일 서울시내 초중고생 28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남자 고교생(100명)의 38%가 ‘성욕을 강제로라도 해소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전체 조사 대상에서는 28.4%가 그런 대답을 했다.

‘성교육 담당 교사가 권한 성욕 해소 방법이 효과가 있었나’라는 질문엔 그렇다(‘매우 그렇다’ 포함)라고 답한 학생은 23.5%에 불과했다. 남자 고교생 가운데 40%가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 동영상을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학교 성교육의 내용 가운데 성범죄 예방 등 실질적 내용은 미미했다. 남녀 신체 차이, 임신, 출산 등 생물학적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들은 성교육이 성범죄 예방과 남녀 간 바람직한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청소년교육복지학과 교수는 “성교육이 남녀 간 생물학적 차이만 나열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다 보니 오히려 범죄를 정당화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며 “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언행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학교 성교육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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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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