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에 3년 성폭행 당한 자매, 숨긴 이유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8일 16시 01분


아버지에게 피해 갈까 성폭행 피해 사실 숨겨
가해자는 성폭행 당시에도 언론인터뷰…'노숙자의 천사'로 미화돼

"무서웠어요. 아버지가 또 맞을까 봐 성폭행당했다는 말을 하지 못했어요."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형제에게 3년간 각각 30~40차례 성폭행당한 10대 자매는 이달 초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을 당시 아버지를 더 걱정했다.

올해 19세, 17세인 자매는 각각 지적장애 1급, 2급의 장애인이다.

비록 정신연령이 7~8세 어린이와 비슷하지만 "아버지에게 가해질 보복이 두렵다. (가해자 형제를) 처벌을 하지 말아달라"며 경찰관에게 애원했다.

이들 자매는 인천시 중구 동인천역 인근에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던 A(54)씨와 동생 B(44)씨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A씨는 2000년대 중반 한 공중파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각종 언론에서 '노숙자의 천사'로 불렸다. 정부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그는 많은 언론인터뷰에서 "폭력조직의 행동대장으로 활동하며 교도소를 들락거렸지만 '이렇게 살 순 없다'는 생각에 목사 안수를 받고 어려운 이들을 돕게 됐다"고 거짓말을 해댔다.

A씨는 조폭 시절 소유했던 부동산을 처분,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를 인천에 마련했고 10년 넘게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폭 행동대장에서 목사로 변신해 어려운 이웃을 돕게 된 그의 인생역정에 갈채가 쏟아진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2006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고 2010년에는 인천시가 주관한 '자원봉사자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각종 언론매체에서 '천사'로 칭송받을 당시에도 A씨와 동생은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10대 자매를 성폭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2009년 6월부터 2012년 8월까지 6차례에 걸쳐 자매를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 했다. 동생 B씨는 같은 기간 30여 차례에 걸쳐 자매를 성폭행 했다.

절도 등 전과 14범인 A씨는 1998년 교도소 출소 후 2년여 뒤 자매의 집에 강제로 들어가 함께 살았다. 자신의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먹고 일을 도와주던 자매 아버지 C씨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C(40)씨 또한 지체장애 4급 장애인이다.

A씨는 2006년 결혼 후 자매의 집에서 나왔지만 대신 동생 B씨가 이들 집에서 얹혀살았다.

역시 전과 13범인 B씨는 자매의 아버지가 무료급식소에 일하러 나간 틈을 타 자매를 성폭행했다. A씨도 가끔 자매의 집에 들르거나 무료급식소에서 자매를 성폭행했다.

B씨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이 C씨 계좌로 입금되는 매달 20일이 되면 C씨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한 번은 흉기로 등을 찌르기도 했다.

C씨는 매달 70여 만원을 인출해 B씨에게 건넸다. 그렇게 3년간 뺏긴 돈이 1800만원을 넘었다.

자매 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의 담당 구청은 주기적으로 이들 가정을 관찰하고 상담했지만 성폭력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구의 한 관계자는 "자매 집에 정기적으로 방문했을 당시 낯선 B씨가 함께 생활하고 있어 이들을 분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자매가 강하게 거부했고 시설에 강제 입소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누군가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했다"고 설명했다.

C씨는 B씨의 폭력을 피해 자주 가출을 했고, '자녀를 방치하고 있다'고 판단한 담당 구청은 C씨에게 친권포기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폭력을 견디다 못한 C씨가 딸들까지 데리고 집을 나왔고, 구청을 찾아가 가출이 잦았던 사정을 설명하면서 A씨 형제의 악행이 드러나게 됐다.

A씨는 목사도 아니면서 목사 행세를 해 지역에서는 '목사님'으로 불렸다. A씨 형제는 평소 자주 다투는 등 사이가 좋지 않아 서로의 성폭행 범행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형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26일 구속됐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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