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부모가 이혼한 뒤 외갓집과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던 A 양(17)은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11년 당시 상담교사에게 “친아버지에게 가끔 성폭행을 당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다. 사촌오빠에게까지 이 사실을 털어놓은 A 양은 결국 주변의 도움을 받아 친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했다.
A 양의 친아버지 B 씨(40)는 “가끔 친척집에 맡겨 놓은 딸을 만나러 가 챙겨준 적은 있지만 성폭행한 사실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증거는 피해자 진술뿐이었다. 결국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A 양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B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양이 강간당했다는 시점과 횟수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계속 뒤바뀌자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김주현)는 B 씨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친족 간 성폭력 범죄는 다른 성폭력 범죄와 달리 피해자가 범행을 사진처럼 띄엄띄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가 범행 시점을 정확히 모른다고 해서 신빙성을 부인할 수 없고 피해자의 진술 태도로 볼 때 없는 사실을 꾸며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를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부모가 피임 도구까지 준비해 범행할 정도로 죄질이 나빠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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