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외국인 근로자에 성추행 당해… 귀향하자 50~70대 3명이 2년간 또…
외국인 징역 4년… 주민은 재판중
지난해 6월 말 전남의 한 농어촌 초등학교 교실. 40대 여교사가 다문화가정 자녀인 A 양(당시 11세)에게 방과 후 지도를 하고 있었다. 교사는 학생들과 ‘마음이 아파서 그래요’라는 제목의 성폭력 예방 도서를 읽던 중 A 양이 뭔가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고 느꼈다. 이유를 묻자 A 양은 “삼촌과 할아버지들이 이런(성폭력) 행동을 했어요”라며 울먹였다.
다문화가정 학생이 1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어른들이 이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드러났다.
A 양의 악몽은 201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자리를 찾아 경북의 한 공장에 취업한 이주여성 엄마를 따라가 외국인 근로자 B 씨(46)를 만난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A 양은 엄마와 같은 나라 출신인 B 씨를 평소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랐지만, B 씨는 자신의 방에 놀러 온 A 양에게 유사 성행위를 했다. 당시 아홉 살이던 A 양은 다니던 초등학교 담임교사와 보건교사에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국내법을 잘 모르는 그의 엄마는 딸의 장래를 걱정해 신고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마는 아픔을 잊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 A 양을 데리고 원래 살던 고향에서 가까운 마을로 서둘러 돌아왔다. 하지만 더 큰 악몽이 모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A 양이 할아버지라고 믿고 따랐던 C 씨(72) 등 동네 50∼70대 주민 3명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4차례씩 A 양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했다. A 양은 엄마와 단둘이 생활했고, 엄마가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어른들이 몹쓸 짓을 한 것이다. 경찰은 A 양 학교의 신고로 만행이 드러난 B 씨, C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주민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노경필)는 B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를 입을 당시 9세에 불과한 A 양의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충격을 감안하면 징역 4년이 무겁지 않다”고 밝혔다. 해남지원 형사합의1부는 A 양을 성폭행, 성추행한 C 씨 등 주민 3명에 대한 재판도 진행하고 있다.
박해광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49)는 “이주여성 등을 대상으로 피해 구제 절차 등을 충분히 교육하는 것 외에 사회적 약자인 다문화가정을 차별하지 않는 배려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 성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성폭력 예방교육은 ‘연 1회, 1시간 이상’만 실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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