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 교구 수사결과 美 경악
7세 소녀-9세 소년 등에 몹쓸짓… 상습적 학대 당하다 숨지기도
“사제들은 어린 소년과 소녀들을 성폭행했다. 그들(피해자들)을 책임져야 할 주님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숨겨져 버렸다.”
1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검찰은 주내 가톨릭 교구 성직자들의 성폭력 사건 조사 결과를 담은 A4 용지 1356쪽 분량의 보고서에 이렇게 적었다. 검찰은 “상습적이고 광범위한 아동 성폭력이 자행됐으며 각 교구는 이를 묵인해 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내 6개 가톨릭 교구(앨런타운·이리·그린스버그·해리스버그·피츠버그·스크랜턴) 성직자 300여 명은 1940년대부터 최근까지 70여 년간 최소 1000명 이상의 아동을 성추행·성폭행했다. 신원을 밝히는 데 동의한 피해자만 1000명이 넘는 것이어서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보고서는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성적 학대의 실태를 상세하게 기록했다. 사제들은 7세짜리 소녀를 상대로도 성폭행을 저질렀고 9세 소년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피츠버그의 한 소년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처럼 포즈를 취한 채 나체로 사진을 찍혔다. 이런 변태적 행위를 한 사제는 해당 소년을 포함해 성적 학대를 가한 아이들에게만 금목걸이를 걸어줘 ‘구분 표시’를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학대를 당하다 사망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13세 때부터 2년간 반복적으로 사제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한 소년은 그 영향으로 척추의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게 됐고 진통제를 과다 복용하는 바람에 숨졌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10대 중반이거나 그보다도 더 어린 미성년자였다고 검찰은 전했다.
보고서에는 가톨릭 교구가 아동 성 학대를 감추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도 담겨 있었다. 각 교구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성폭력 조사는 같이 생활하는 동료 성직자들에게 맡겨졌으며 이들은 ‘강간’이라는 표현 대신 ‘부적절한 접촉’이라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등 사안의 중대성을 약화시키는 데 주력했다. 지역사회에 성적 학대 사실이 알려져도 해당 사제의 성직자 자격을 박탈하는 대신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데 그쳤다. 뉴욕타임스(NYT)는 “보고서에는 가톨릭 교구들이 그들(사제들)의 혐의를 무마하는, 다양하고 창조적인 방식이 기록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2002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존 게이건 신부를 포함해 사제 약 90명이 아동들을 대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폭로된 이른바 ‘게이건 사건’과 판박이다. 30여 년에 걸쳐 130명 이상의 아동에게 피해를 입혔던 게이건 사건 때도 가톨릭 교구는 문제 해결이나 성직자 처벌보다는 사건 은폐에 주력해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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