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 곳 없는 성폭력 피해 학생, 학교조차 밀어내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00시 00분


성폭력 피해를 당한 청소년 가운데 상당수가 전학 갈 학교를 찾지 못해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어제 동아일보는 가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지희(가명·16) 양이 전학을 가려는 학교마다 “판결문이 있냐” “학교 정원이 다 찼다”며 거부해 3개월이나 학교를 쉬어야 했던 사연을 보도했다. 이들 학교는 성폭력 피해자를 ‘문제아’로 바라보거나, 가해자가 찾아올까 봐 걱정하는 등 교육적인 관점이 결여된 어이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사회에서나, 학교에서나 성폭력 피해자가 외롭게 2차 피해를 견뎌야 하는 건 다를 바 없었다.

학교의 전학 거부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다. 성인이 아닌 아동·청소년 성폭력은 주로 가족이나 친척 등에 의해 일어난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청소년들을 학교조차 보호하지 못한다면, 성폭력으로 인한 고통을 극복하고 일상 생활로 복귀하는 건 어려워진다. 조사 대상 중고교 여학생(1019명) 중 16.2%가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고, 이들 중 63.6%(105명)가 자살을 생각한다는 연구도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차가운 시선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본인에게 잘못을 돌리거나, 사회적 고립감에 몸서리친다.

시도교육청은 성폭력 피해자를 거부한 학교를 조사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 또 고교생만 의무전학이 예외로 되어 있는 성폭력피해자보호법 개정도 시급하다. 현재는 학교 밖에서 일어난 성폭력을 당한 고교생은 학교장 선의에 기대 전학을 한다. 반면 가정폭력 피해자는 초중고교생 모두 학생이 원하면 전학을 해줘야 한다. 더 이상 성폭력 피해 학생들이 두 번 울도록 해선 안 된다.
#성폭력 피해#청소년#학교 전학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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