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대구 중학생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실효성 없는 허술한 대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양대 교원단체는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의 책임만 강조한 과거와 달리 진일보한 대책”이라며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종합대책에서 학생 생활지도와 학생인권조례가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할지 더 구체화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정부가 교사와 학부모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며 처벌 위주 대책만 나열했다. 종합대책 내용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폭력 기록을 학생부에 남기는 방안에 대해 “한두 번의 청소년 시절 과오를 이유로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하겠다는 비인간적 조치”라고 비난했다.
현장 교사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서울 면목고 생활지도부장인 송형호 교사는 “학부모 동의 없이 심리치료가 가능하도록 하거나 체육수업을 늘리는 내용은 현장의 고민을 반영한 방안이다. 복수담임제의 경우 전 교사 담임제로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기 화성시 와우중의 성나경 전문상담교사는 “합의를 통해 해결할 수도 있는데 무조건 전과자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또 학교폭력이 제일 많이 발생하는 시간 중 하나가 체육시간인데 이를 늘린다니 현장의 목소리를 별로 듣지 않은 대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선모 씨(36·서울 마포구)는 “지난해 우리 아이가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가 돼 자꾸 맞고 오기에 담임에게 상담을 신청했더니 ‘전학 가봤자 아무 소용없다. 서울 떠날 거 아니면 그냥 참으라’고 하더라”면서 “교사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신고를 해봤자 우리 아이만 찍힐 뿐”이라고 말했다.
고1 아들을 둔 박모 씨(43·여·경기 고양시)는 “겉으로 보이기에만 급급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가해학생을 자꾸 학교 밖으로 내보내는 식으로만 처벌해 낙인을 찍으면 오히려 개선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책이 사후 처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예방교육의 문제는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도 “대책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면서도 “현장에 얼마나 적용하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가해학생을 즉시 격리해 조사하고 교육하는 제도만이라도 정착시킨다면 학교폭력 예방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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