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폭력’ 방관혐의 교사 첫 입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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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괴롭힘 막아달라” 부모 요구 소극 대처… 피해 여중생 투신

경찰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투신자살한 여중생 사건을 수사하면서 학부모의 신고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담임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최근 잇달아 벌어진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교사가 형사 입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동급생의 괴롭힘과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자살한 서울 S중학교 2학년 김모 양(당시 14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혐의가 포착된 담임 안모 교사(40)를 조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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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사는 피해자 김 양의 부모가 학교에 5차례에 걸쳐 “딸이 학교폭력에 시달린다”고 신고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가해학생에게 주의를 주는 데 그치는 등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김 양과 동급생인 채모 군(15) 등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김 양을 괴롭혀 왔다. 지난해 3월 이후 16차례에 걸쳐 폭행을 당하고 폭언을 들은 김 양은 8개월 뒤인 11월 자신을 괴롭힌 동급생 6명의 명단과 “나만 죽으면 끝이다”란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뒤 경찰은 채 군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이 중 주도적으로 김 양을 때리고 괴롭혀온 채 군과 김모 군(15), 구모 군(15)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 측이 잇달아 학교 측 책임에 문제를 제기하자 담임교사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 학교 교장과 교감에 대해서도 교육과학기술부에 징계를 통보했다.

안 교사 측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 측이 서면진술을 거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지만 가해학생을 불러 주의를 주고 지속적으로 지켜봤다”고 해명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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