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실 두 조례?… 학생도 교사도 “헷갈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교권조례, 진보측 발의 이어 새누리도 별도 추진
교과부 “학칙개정 정지”… 서울교육청 “대법 제소”

A 교사는 수업시간에 자신에게 욕을 한 B 군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 B 군이 “학생인권조례 위반”이라며 시끄럽게 하자 A 교사는 “교권보호조례 위반”이라며 교실 밖으로 격리했다. 정문진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새누리당) 등 26명이 발의했다고 15일 밝힌 교권보호조례가 서울시의회를 통과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앞서 3일 진보 성향의 김형태 교육의원(무소속) 등 11명이 발의한 교권보호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면 전혀 다른 상황이 생긴다. 교사는 학생을 상담실이나 성찰교실로 가게 할 수만 있다. 간접체벌이라며 학생이 반발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이처럼 전혀 다른 내용의 교권보호조례가 잇따라 발의돼 교사들이 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권보호조례에 따르면 교원은 수업과 생활지도 등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에 적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특히 교육감은 학생이 폭언 폭행 모욕 협박으로 교원을 위협하고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면 학생을 별도 공간에 격리하고, 교육벌(간접체벌)을 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권보호조례에 따르면 교원은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를 모욕할 경우 상담실이나 성찰교실에서 교육적 지도를 받게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식은 학칙으로 정하게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반영하도록 학칙 개정을 유도하고 있어 간접체벌은 하기 힘들다. 학생이 소지품이나 일기장 검사 등 생활지도에 반발할 경우 대응 조항도 규정돼 있지 않다.

두 조례는 21일 시의회 교육위원회에 나란히 상정될 예정이다. 김상현 교육위원장은 “같은 주제의 안건이 발의되면 하나를 부결시키거나 2개를 모두 폐기하고 위원회 대안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학교는 혼란을 호소한다. 3월부터 어떤 조례가 시행될지 예측할 수 없어서다. 구로구 A고교 교장은 “학교와 교사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학칙을 개정하라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시를 장관 권한으로 정지시켰다. 교과부가 “7일까지 학칙 개정 지시를 유보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시교육청이 따르지 않은 데 대한 조치다. 시교육청은 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황식 국무총리는 학교폭력을 방관한 교사를 수사하는 것과 관련해 “교사의 사기가 저하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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