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에 당한만큼 후배에게”… 기중기에 매달고 땅에 파묻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 조폭 닮는 학교폭력 대물림

대구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후배의 윗옷을 벗긴 채 저수지에 던져넣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후배를 기중기에 거꾸로 매달거나 땅에 묻는 잔인한 폭력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실제 폭력 현장을 가해 학생들이 촬영한 장면. 대구수성경찰서 제공
대구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후배의 윗옷을 벗긴 채 저수지에 던져넣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후배를 기중기에 거꾸로 매달거나 땅에 묻는 잔인한 폭력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실제 폭력 현장을 가해 학생들이 촬영한 장면. 대구수성경찰서 제공
2010년 4월경 대구 수성구의 한 고교 내 텃밭. 이 학교 3학년 박모 군(19·졸업)은 후배들에게 깊이 1m, 폭 1.5m 크기의 구덩이를 파도록 했다. 그런 다음 1학년 권모 군(17·고2)을 밀어 넣은 뒤 목만 나오게 한 채 파묻었다. 권 군이 2학년 선배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해 6월과 8월에는 최모 군(17·고2)을 같은 방법으로 파묻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박 군 등이 장난 삼아 후배들에게 ‘가위바위보’로 묻힐 사람을 정하도록 했다.

4월 말경에는 ‘버릇을 고치겠다’며 기중기에 최 군의 발을 묶은 뒤 약 5분 정도 거꾸로 매달아 놓기도 했다. 이 학교는 특성화고로 기중기 같은 장비가 교내에 있다. 10월에는 후배들의 입에 개구리를 집어넣기도 했다. 라이터로 음모(陰毛)를 태우기도 했다. 6월 초순부터 11월 중순까지는 후배들이 샤워를 하는 동안 온도를 높여 1도 화상을 입혔다.

후배들의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자행된 폭력은 대물림됐다. 방법도 더 가혹해졌다. 지난해 박 군 등이 졸업한 이후 3학년이 된 안모 군(18) 등은 구덩이를 파서 후배들을 파묻고 성추행을 하는 등 더 잔인한 방법으로 괴롭혔다. 안 군은 후배들에게 자갈밭을 뛰어가도록 시킨 후 뒤에서 자갈을 던져 맞히는가 하면 가위바위보를 해 이긴 2명이 1명을 10여 분 때리도록 시킨 뒤 이를 지켜보기도 했다. ‘살살’ 때린다는 이유로 이들을 구타하기도 했다. 안 군은 흉기를 권 군의 목에 대고 개처럼 바닥을 기라고 시켰다.

[채널A 영상]후배들 괴롭히며 휴대폰으로 촬영

이렇게 당한 권 군 등은 1학년 후배들에게 당한 것을 되돌려줬다. 후배들의 몸에 오줌을 누는가 하면 강제로 자위행위도 시켰다. 붓으로 후배들의 항문을 찔렀고 개구리를 잡아와 번갈아 가며 입에 집어넣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개처럼 ‘멍멍’ 짖도록 했다. 이렇게 2년 동안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행한 가혹행위는 200차례가 넘는다.

대구수성경찰서는 16일 이 학교 졸업생 박 군과 3학년인 안 군, 김모 군(18), 서모 군(18) 등 4명에 대해 폭력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권 군 등 2학년 학생 3명은 가해학생이자 피해자인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가혹행위가 더 있었을 것으로 보고 졸업생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한편 부산진경찰서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300여 차례에 걸쳐 동급생과 하급생을 대상으로 총 800여만 원을 빼앗은 혐의로 정모 군(15) 등 14명을 이날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군은 김모 군(14) 등과 함께 어울려 다니는 학생들에게 매월 3, 4차례씩 돈을 모아 오라고 위협했고 위협을 받은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을 협박해 돈을 빼앗아 정 군 등과 나눠 가진 혐의다. 해당 중학교에서 돈을 빼앗긴 학생은 1학년 20명, 2학년 54명 등 모두 74명이다.

광주 동부경찰서도 ‘일진’ 모임을 조직해 동급생에게 지우개 가루와 쓰레기를 섞은 음료수를 강제로 먹게 하고 폭행한 뒤 금품을 빼앗은 광주 모 중학교 1년생 A 군(13) 등 10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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