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도형]교장 591명 모아놓고 2명과 대담… 소통 아쉬웠던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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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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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근절 및 주5일 수업제와 관련한 서울지역 초등학교장 특별연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열렸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학교폭력 근절 및 주5일 수업제와 관련한 서울지역 초등학교장 특별연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열렸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앞뒤가 바뀌었다. 현장을 잘 아는 교장들이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모았어야 했는데, 오늘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장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한 셈이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열린 ‘학교폭력근절 및 주5일 수업제 관련 학교장 특별연수’를 마치고 나온 서울 A초등학교 교장은 이런 촌평을 내놓았다.

이날 연수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관련 부처의 장관들이 교장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마련됐다. 서울의 초등학교 교장 591명 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당초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이 자리의 강사로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장을 자세히 모르는 장관이 학교장을 ‘가르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형식을 바꿨다. 40분 남짓한 시간을 학교장 2명과의 대담 형식으로 꾸몄다.

이날 이 장관은 ‘소통’이라는 단어를 15번 넘게 언급하며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일방적 강의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대담에서는 “사소한 괴롭힘도 폭력이다”는 식의 상식적인 얘기만 오갔다. 겨우 2명의 교장에게만 질문 기회가 돌아갔을 뿐이다. 대담이 끝나자마자 이 장관은 자리를 떴다. 현장의 얘기를 전해 듣고 대책을 논의할 시간은 없었다.

교장들은 마음에 담았던 말을 연수가 끝난 뒤에 쏟아놓았다. 장관이 아니라 기자 앞에서.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의견을 들으려는 노력 대신 교과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자리로 만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교사의 생활지도 시간을 늘리기 위해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지만 말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다른 교장은 “초등학교와 중고교는 아이들의 특성이 다르니까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며 “초등학교에서는 상담교사보다는 담임교사가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장은 “학교폭력 관련 공문을 처리하느라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을 시간이 없다는 점을 교과부 공무원들이 아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도형 교육복지부
김도형 교육복지부
위로부터 주문받은, 그것도 급조된 행사라는 한계 탓일까. 이날 이 장관이 보여준 모습은 지난해 4월 경북 경산에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와는 딴판이었다. 당시 이 장관은 자신의 발언 시간을 줄이고 총장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앞으로도 교장 전수연수는 30일 법무부의 서울 중·고·특수학교 교장을 비롯해 전국 시도교육청 단위로 5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이날처럼 연수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교장들이 속마음을 연수가 끝난 뒤에 털어놓는 일이 반복된다면, 학교폭력 대책 마련은 요원한 일이 아닐까.

김도형 교육복지부 dodo@donga.com
#학교폭력#교장 특별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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