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처럼 하면 안 됩니다. 한국이 일본을 답습하는 걸 막기 위해 이렇게 한국으로 왔습니다.”
22일 기자와 만난 시민단체 ‘이지메피해자모임’(이하 모임)의 오사와 히데아키 대표(68)는 “학교폭력에 대해 한국 사회가 관심을 쏟는 지금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적기다. 이 기회를 놓치면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23일 한국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이 여는 심포지엄에서 강연하기 위해 내한했다. 청예단은 본보(1월 16일자 A29면)에 소개된 그의 일본 현지 활동을 보고 그를 초청했다.
오사와 대표와 김종기 청예단 명예이사장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20여 년 전 떠난 아들을 잊지 못한다는 점이다. 김 이사장의 아들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1995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사와 대표의 넷째 아들 히데타케(秀猛·당시 15세) 군도 1년간 괴롭힘에 시달리다 1996년 1월 자살했다.
오사와 대표는 “한국과 일본은 사회문화와 학교 시스템에 공통점이 많다.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으로 달아올랐다 사라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은 가해자의 잘못이라는 점을 한국 사회도 깨달아야 한다. ‘애들 장난 아닌가’ ‘그러면서 크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처음에는 가해자가 장난처럼 시작하지만 교사와 교장, 정부가 숨기기 급급하고 별것 아니라고 말하는 동안 가해자는 괴물로 변한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을 처음 괴롭힌 아이도 처음에는 500엔(약 5000원)을 가져오라고 했다. 게임기, 1000엔, 5000엔, 1만 엔…. 어른들의 방관 속에 가해자는 2년 동안 250명의 학생을 때리는 ‘괴물’로 변해갔다. 그는 “당시 아들이 엄마에게 도움을 청해, 엄마가 교사에게 갔더니 돌아온 교사의 답변은 ‘아이가 사투리 때문에 조금 놀림받는 정도니 걱정 마라’였다”고 회고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전수조사에 대해 그는 “정부는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그 학교를 나쁜 학교로 평가하지 말고, 학교폭력이 있지만 없애려고 노력하는 학교장을 높게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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