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근절 대책의 하나로 3월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토록 한 복수담임제가 한 학기 만에 사실상 폐지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학기부터 복수담임제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라는 내용을 담은 ‘담임교사 운영제도 선진화 방안’을 최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설익은 학교폭력 대책을 밀어붙였다는 지적이 일선 학교에서 나오고 있다.
복수담임제는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중학교의 생활지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3월 도입됐다. 학생이 30명 이상인 중학교 2학년 학급에 한해 담임교사 2명을 배치하도록 했다. 고등학교에도 이 제도를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 종로구 A중 교사는 “생활지도부장으로 일하면서 떠맡다시피 복수담임을 맡았다. 그러다 보니 담임 업무에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양천구 B중 교장도 “2명이 담임을 맡다 보니 역할을 놓고 갈등을 빚을 수 있다. 교사는 늘리지 않았으니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격이라 학교폭력 대책으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소규모 학교에서는 교사가 부족해 복수담임을 배치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서울의 경우 복수담임제 시행 대상인 중학교 351곳 가운데 69곳(19.7%)이 지난 1학기에 복수담임제를 시행하지 못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복수담임 학급의 학생 가운데서도 자살사건이 일어나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담임 1명이 꾸준히 학생을 지도하는 게 더 근본적인 학교폭력 예방법이라는 현장 지적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동대문구 C중 교장은 “교육당국에서 시키니까 담임을 맡지 않던 부장교사들에게 급히 2학년 복수담임을 맡겼다. 현장에선 열심히 했는데, 불과 한 학기 만에 바꿀 정책을 왜 밀어붙였느냐”고 꼬집었다.
교과부는 대신 담임교사의 생활지도 권한과 상담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담임교사의 상담 역할을 법률에 명시하고 학교폭력을 해결할 경우에는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며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담임제도를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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