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고교생 교실서 바지 내려보이는 수모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1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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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에 적힌 학생들 학교서 때리는 것 봤다"
경찰, 가해자로 지목된 5명 등 15일 소환 조사

경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교생 최모 군(15)이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강제로 바지를 내려 보이는 수모를 당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경산경찰서는 14일 "최 군이 중학교 2학년이던 2011년 7월 교실에서 같은 반 친구 권모 군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바지를 내리라는 요구를 받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진술을 최 군 중학교 동기들에게서 확보했다"고 밝혔다.

최 군에게 바지를 내리라고 강요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도록 만든 인물로 알려진 권 군은 최 군의 유서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다.

주위 학생들은 증언에 따르면 권 군은 중학교 시절 경산지역에서 소위 '일진'으로 통했으며, 7~8명과 함께 몰려다니며 학생들 돈을 뺏거나 폭행을 일삼았다

경찰은 권 군 외에도 최 군의 유서에 적힌 인물인 김모, 배모, 서모, 정모 군 등 4명이 2011년 3월부터 작년 12월 사이에 학교 안에서 최 군을 폭행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유서에 나와 있지 않은 B군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 군과 중·고교 동기인 B군은 이달 초 최 군과 고교 기숙사에서 룸메이트로 지내면서 발로 최 군의 배를 한 차례 폭행하는 것을 봤다는 진술이 나왔다.

또 B군은 권모 군으로부터 중학교 3년 내내 수십 차례에 걸쳐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학교폭력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권 군 등 가해자로 지목된 5명의 학생과 B군 등 6명을 15일 불러 조사하고, 최 군과 같은 중학교를 나오고 같은 고교에 진학한 학생 18명을 상대로 폭행 관련 설문조사를 할 계획이다.

또 숨진 최 군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컴퓨터 등을 분석한 결과를 곧 공개할 방침이다.

한편 유족을 상대로 한 경찰조사에서 최 군이 중학생 때부터 폭력에 시달렸으나 학교 측이 이를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최 군은 2011년 여름경 가해학생으로부터 발로 걷어차였고 당시 담임교사가 이 사실을 알고 최 군 어머니에게 알렸으나 학교 측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최 군은 지난 11일 경찰에 '폐쇄회로(CC)TV 늘려 학교폭력을 없애 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 23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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