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에서 20일 합의된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찰은 `검사 수사의 보조자'개념에서 벗어나 주체로서 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
합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196조 2항에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ㆍ진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새로운 형소법 체계에서는 경찰이 수사의 주체로서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공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수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형소법 아래에서도 경찰은 대부분의 사건에서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를 개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안이 개정된다고 해도 수사 현실은 사실상 크게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다만 개정안을 경찰에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면 검찰이 경찰의 수사 사항을 파악하고 무리하게 중단을 지휘하거나 더는 수사를 진행하지 말고 즉시 송치하라고 지시하는 경우는 없어질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경찰도 수사 종결 시점에 검사의 지휘를 한 번만 받으면 된다고 판단할 수 있어 검찰의 지휘를 받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진행 과정에서는 검사의 참견 없이 마음껏 수사를 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합의 도출 회의에서 모든 회의 참석자가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한 196조 1항 `수사'의 의미에 `내사'는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양해했기 때문에 경찰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찰이 불법 시위 현장에서 참가자를 잔뜩 연행해 왔는데 명백히 시위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 있을 때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즉시 돌려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해 왔지만 이제는 경찰의 내사를 검사가 간섭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찰이 자체적으로 훈방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이 경찰서 유치장을 감찰할 때 내사종결사건 기록부나 112신고 기록부 등까지 공개를 요구해 갈등을 빚어왔지만 이제는 검찰이 이들 기록부를 보여달라 요구할 근거가 없어졌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놓고 회의 참석자들이 양해만 했을 뿐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아 앞으로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196조 3항에서 검사의 구체적인 지휘 사항은 경찰과 협의를 거쳐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경찰에게는 검찰의 지휘 권한이 확대되는 독소조항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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