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 중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일부 일정을 취소하고 예정보다 닷새 앞당겨 4일 오전 8시경 귀국한다. 대검찰청은 2일 “문 총장은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오만,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고 현재 키르기스스탄을 방문 중이다. 에콰도르 방문 일정은 취소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전날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밝힌 문 총장이 신속하게 추가 대응을 하기 위해 조기 귀국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문무일, 연휴 대책 논의… 7일 추가 입장 낼 듯
문 총장은 4일 귀국 직후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문찬석 대검 기획조정부장과 김웅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부터 경과보고부터 받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이 그대로 시행됐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상세하게 보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6일까지 사흘 연휴 동안 고검장과 검사장 등 고위 간부들과 비공식적으로 접촉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귀국 후 첫 출근일인 7일 문 총장은 대검 간부 회의를 소집할 가능성이 높다. 회의 후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추가 입장을 내거나 기자간담회를 할 수 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이미 법안이 상정됐기 때문에 문 총장은 법안의 위헌성이나 개별 조항의 구체적인 문제점, 개선 방안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한 대검 간부는 “출장 중인 문 총장에게 ‘그동안 국회를 설득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이제는 국민을 설득할 때’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 행보를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앞서 문 총장은 1일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 “‘국민 위한 개혁 법안’ 이해 안 돼”
경찰청이 입장문을 통해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검찰의 경찰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반박하자 검찰도 이를 반박했다. 검찰은 “중국의 보충 수사 요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이 택하고 있는 수사 지휘보다 더 기본권을 보장하는 제도라는 논리”라고 했다. 검찰은 또 국회에서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국민이 입을 수 있는 피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예를 들면 검사가 사기 사건의 직접 수사권을 잃게 되기 때문에 국민이 사기 피해를 입어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더라도 검사의 사건 검토 전에 경찰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수사권 조정이 필요한 이유로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검찰이 뺏어가 사건을 은닉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공수처가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문 총장의 1일 입장 표명 이후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는 법안의 문제점을 놓고 검찰 내부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검 연구관인 차호동 검사는 “검사가 혐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더라도 경찰이 거절하면 검사는 원점에서 기록을 받아 실질적인 2차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글에는 2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검사는 “아무리 자세히 살펴봐도 이 법안이 어떻게 국민을 위한 개혁 법안이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검사는 “국민들에게 개정안(법안)으로 어떤 문제점이 발생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 제공과 심도 있는 논의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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