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수사권 조정 개정안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현직 부장검사가 지난해 12월 기소된 위탁모(베이비시터) 아동학대치사 사건을 예로 들면서 경찰에 1차 수사권을 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강수산나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51·사법연수원 30기)은 2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위탁모 아동학대치사사건 수사를 돌아보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강 부장검사는 이 글에서 “이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지휘가 없었다면 암장(暗葬)됐을 사례”라며 “(현 검경수사권 조정 개정안 통과로) 향후 송치 전 단계에서 검사가 경찰에 대해 어떤 수사지휘나 관여도 할 수 없다면 암장되는 범죄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위탁모 김모 씨(39)가 생후 15개월 된 아기를 학대해 죽게 하고 2명의 아동을 학대한 사건이다. 당시 A 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손상으로 이대목동병원에 실려 왔다. 당시 병원 측은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 씨가 다니던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만 압수수색하고 위탁모 김 씨를 참고인으로만 조사했다.
이후 김 씨의 진술과 태도가 이상하다고 여긴 수사 검사가 김 씨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김 씨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확보하도록 했다. 김 씨 휴대전화의 포렌식(디지털 정보매체 분석) 결과 생후 6개월 된 다른 아동 B양의 얼굴을 욕조 물에 담근 사진이 발견됐다. 추가 피해자가 나온 것이다. 수사 검사는 김 씨를 긴급체포했다. 이후 아동보호기관 신고사례를 확인하라고 경찰에 지휘했다.
검찰과 경찰의 이 같은 협력 끝에 김 씨의 A양 학대사실뿐 아니라 김 씨가 생후 18개월 C군에게 화상을 입힌 사실을 밝혀냈다. 강 부장검사는 같은 해 12월 김 씨를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 씨는 지난달 26일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김 씨 휴대전화를 압수하라고 지휘하기 전에 먼저 김 씨에게 임의 제출을 요청했고 아동보호기관 신고 자료도 이미 확보 중이었다”며 “검사의 수사 지휘가 없었다면 사건이 암장됐을 것이라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강 부장검사는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 개정안에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한 부분에 대해서도 “김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주요 진술에 대한 영상녹화 등을 통해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받아 중형을 선고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강 부장검사는 이어 “향후 피고인의 진술번복만으로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이 전면 부정될 경우 강력 범죄자들에 대한 적절한 처벌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공판에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조서 내용을 인정할 때만 증거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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