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은 국회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번 반대의 뜻을 밝혔다. 앞서 문 총장이 이의를 제기하고 기자회견을 할 뜻을 비치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권,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을 개선하고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에 관한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일부 물러섰으나 그 정도로는 반대의 뜻을 접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현안이 된 가운데 검찰은 정보경찰을 2016년 총선 판세분석에 동원했다는 혐의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구속했다. 경찰도 이에 질세라 김수남 전 검찰총장 고발 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임은정 검사는 김 전 총장이 2015년 당시 부산지검 검사의 고소장 위조를 적발하고도 징계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했다며 그를 경찰청에 고발했다. 검경은 ‘조직 이기주의’에 매몰돼 이전투구를 벌이느라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문 총장은 “통제하지 못할 권한을 경찰에 주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권한을 가진 지금까지 검찰은 어떠했는가. 문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영원한 숙제’라며 남 얘기처럼 말했다. 그가 얼마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통제하지 못할 권한을 경찰에 넘겨주는 데 당당하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마련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는 대통령으로부터 검경의 독립을 확보할 방안은 담겨 있지 않다. ‘통제하지 못할 권한’이 검찰에 있다가 경찰에 가는 것이 검경으로서는 사활을 걸고 싸울 일인지 모르겠으나 국민으로서는 그 권한이 검찰에 있든 경찰에 있든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견제 없는 검경 인사권을 갖고 있는 한 수사권이 어디로 가도 정치적 중립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은 무엇보다 대통령의 검경 장악에서 온다.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둔 채 권한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기려고만 하니 법 개정의 대의(大義)는 사라지고 검경의 갈등은 국민으로서는 점점 더 공감하기 어려운 자기들끼리의 싸움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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