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가장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민주적 원칙에 충실한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직후 문무일 검찰총장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경찰 총수가 공개 반박한 것이다.
민 청장은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 조정 법안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인 민주적 절차를 거쳤고 민주주의의 실체인 견제와 균형, 권한 배분 등의 관점에서 논의해 다듬어졌다”며 “외부 요소에 의해 지연돼선 안 되고 신속하게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민 청장은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문 총장의 발언을 의식한 듯 의견 수렴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정부 주도로 경찰과 검찰,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오랜 논의를 거쳐 합의안을 마련했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된 법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 총장이 말했던 이른바 ‘검찰 패싱’은 없었다는 취지다.
수사권 조정과 결부되는 국가수사본부 신설이 20일 더불어민주당, 정부, 청와대 협의에서 공식 발표되자 경찰 내 수사 파트에서는 ‘수사 독립성 보장’ 차원의 조직 신설을 환영하면서도 대통령이 지명하는 국가수사본부장이 정치적 외압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란 우려가 공존했다. 수사권 조정과 연계된 자치경찰제가 현실화되면 지방자치단체 산하 지방직 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뀌게 될 파출소와 지구대 경찰관 사이에선 ‘자치경찰제 시행 전에 얼른 수사 경과(警科·경찰관을 직무에 따라 구분한 종류)를 따야 나중에 국수본으로 옮겨 국가직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다음 달 치러질 수사 경과 시험(형사법능력평가시험)에 현직 경찰 7810명이 지원해 지난해(6764명)보다 응시 인원이 15% 늘어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수남 前 檢총장 강제수사 내비쳐
민 청장은 경찰이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황철규 부산고검장 등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 4명에 대한 강제 수사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 전 총장 등은 2016년 당시 부산지검 소속 A 검사가 민원인의 고소장을 바꿔치기한 사건을 알고도 합당한 징계를 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달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에 의해 경찰에 고발당했다. 민 청장은 “법적 절차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헌법정신에 기초해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한다”며 “임의적 방법으로 안 되는 것들은 법에 정해진 강제 수사 절차가 있기에 법적 절차에 따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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