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찰 폭행혐의 민노총 조합원 구속영장 기각
“입건된 12명 조사-채증 분석… 가담자 신원 밝혀 책임 물을 것”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을 폭행하다 체포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경찰은 “법 집행 현장과 동떨어진 결정”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서울중앙지법 오덕식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청구된 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 나모 씨의 구속영장을 “증거 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없다”며 25일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지위와 범행 가담 정도, 사건 현장 영상이 상세히 채증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에서는 법원의 이번 영장 기각이 최근 집회 현장에서 벌어지는 공권력을 향한 시위대의 폭력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서 폭행을 행사한 수십 명은 사실상 나 씨의 공범”이라며 “나 씨가 풀려나면 다른 공범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 증거 인멸을 돕거나 도피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경찰 간부는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는 것을 법원이 용인해준 꼴이 아니냐”며 “공무집행을 하는 경찰을 폭행해 심각한 상해를 입혀도 구속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다른 집회 참가자들에게 심어줄까 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종로경찰서 등은 집회 당시 나 씨와 함께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집회 참가자 수십 명의 신원을 끝까지 밝혀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경찰은 “폭행 가담 조합원들은 복면 모자 등을 착용해 신원 특정이 쉽지 않지만 나 씨 등 현장에서 체포됐던 12명의 조합원을 집중 조사하고 채증 자료를 분석해 한 명 한 명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채증 자료를 바탕으로 폭행 가담자들을 분류한 뒤 이들의 과거 집회에서의 복장,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동선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나 씨는 22일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저지 결의대회’에서 경찰관들을 밀어 넘어뜨리고 방패를 빼앗는 등의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체포된 뒤 영장이 청구됐다. 일부 경찰관은 손목이 골절되고 치아가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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