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된다. 폭력사태로 이어졌던 올해 4월에 이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2라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의미다. 조국 사태 이후 공수처법을 우선 처리하려는 여당과 이에 반대해 온 제1야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사활을 건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각 당의 이해관계가 달라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문희상 국회의장, 29일 오전 사법개혁안 부의키로
문 의장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28일 국회 회동에서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사법개혁안의 본회의 부의 문제를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 의장에게 29일 부의를 요청했고 자유한국당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맞섰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개혁 법안과 관련해선 법제사법위원회의 숙려기간이 오늘로 종료된 것으로 보고 내일(29일)부터 부의할 수 있다는 말씀을 (문 의장께) 드렸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9일 부의는 불법임을 명확히 말씀드렸다”며 “공수처 설치 법안은 법사위 법안이 아니다. 체계·자구 심사기간을 반드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이 자리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얘기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법률적 하자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29일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계획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29일 아침까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오전 9시경 문 의장이 국회 법사위원장에게 ‘사법개혁안은 본회의에 부의됐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문 의장은 일단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되 상정은 여야 합의를 지켜본 뒤 하겠다는 방침이다. 선거제 개편안은 11월 27일 본회의에 부의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법안은 부의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상정돼야 하고 상정되지 않으면 60일이 지난 뒤 열리는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부의 이후 언제든 문 의장이 상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의장은 최근 예산안과 사법개혁 법안, 정치개혁 법안 등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12월 2일에 다 같이 일괄 상정하는 구상을 밝힌 적이 있다.
○ 與, 사법개혁안 처리 위해 선거법 수정하나
문제는 여야의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표출된 ‘서초동 촛불 민심’을 토대로 공수처법을 선거제 개편안보다 먼저 처리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공수처가 “친문 은폐처, 반문 보복처”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군소 야당은 올해 4월 합의대로 선거제 개편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과 제1야당의 입장 차가 큰 만큼 당분간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야당과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 이인영 원내지도부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야당의 요구를 반영해 선거제 개편안을 일부 수정하는 식으로 협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한 만큼 민주당 입장에선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을 설득해 찬성표를 모아 조속히 표결을 시도해야 한다. 민주당이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 등이 언급한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연대해 표결 처리를 강행할 경우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한국당의 고민이다. 이미 한국당 의원 59명이 4월 패스트트랙 사태로 수사를 받고 있어 ‘물리적 충돌’은 최대한 피할 수밖에 없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아직 고발당하지 않은 의원들이 힘으로 나서 주길 내심 바라긴 하지만 리스크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국회의장이 아닌 원내대표에게 일괄적으로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집단행동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 부의 ::
본회의에서 안건을 심의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 상임위 심의를 모두 마치고 본회의만 열면 언제든 안건을 상정해 표결에 부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 법안 처리는 심의→부의→상정→표결의 단계를 거침. :: 상정 ::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을 당일 회의에서 다루는 것. 법안을 실제로 본회의에 올려 표결을 거쳐 가결 또는 부결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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