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힘겨루기 2R는 시행령 제정…檢 직접수사 범위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4일 17시 56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News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News1
13일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구체적인 시행령 제정은 이제부터다. 앞으로 검찰과 경찰의 ‘줄다리기’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경찰은 추가 인력을 투입해서 시행령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14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다음주 예정된 총경 인사에서 수사권 조정법 관련 업무를 맡은 ‘수사구조개혁단’ 규모를 현 3개 팀에서 4개 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형사소송법 및 경찰청법 개정안은 공포 뒤 최소 6개월, 최대 1년 안에 시행한다. 이 기간 동안 구체적인 시행령과 하위 법령 정비가 이뤄진다.

이제 기존 대통령령인 ‘검사의 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 지휘에 관한 규정’은 자동적으로 폐기된다. 때문에 경찰은 설 연휴 직후부터 법무부, 대검찰청, 해양경찰청과 새로운 대통령령 마련을 위한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통령령에는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실무에 적용하는 구체적 내용이 담긴다.

● 수사준칙 두고 샅바 싸움

경찰의 수사구조개혁단 추가 인력 투입은 시행령을 경찰에 유리하게 제정하는 데 공을 들이겠단 의미다. 새로 추가하는 팀은 가칭 ‘법령팀’으로 불린다. 앞으로 시행령 제정과 관련해 검찰 협의 등을 전담 준비한다. 10명 안팎인 법령팀은 변호사 출신 등을 다수 포함시킨다. 경찰청 관계자는 “향후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구체적 시행령 마련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행령 마련에서 가장 큰 쟁점은 수사준칙에 담길 ‘수사와 송치 절차’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1차 수사권과 함께,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료할 권한을 가진다. 수사 개시와 종결이 가능한 사법경찰관은 경위~경무관 직급인 수사부서 소속 인원이다.

다만 피해자나 고소인 등이 경찰의 무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검사는 사건 기록을 검토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이의 제기가 없더라도 검찰이 무혐의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90일 내에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이 맞서면, 경찰의 무혐의 판단과 검찰의 재수사 요구가 무한 반복될 수도 있다. 시행령에서 방지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 이런 과정이 일정 횟수 이상 반복하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거나 경찰 선에서 종결짓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만약 송치로 결론나면 검찰에 힘이 실리고, 종결로 기울면 경찰이 주도권을 쥔다. 검경의 치열한 샅바 싸움이 벌어질 대목이다.

●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도 관건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사건의 범위’도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 경찰 관련 범죄’ 등으로 규정한다.

쟁점은 경제범죄와 공직자 범죄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은 완전히 달라진다. 때문에 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은 물론 시행 이후에도 마찰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검찰의 영장 반려 적정성을 판단하는 ‘영장심의위원회’ 외부위원 구성도 풀어야할 숙제다. 검찰 출신 변호사도 위원이 될 수 있는지, 경찰은 외부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지 등도 정리가 필요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수십 년 간 지속해온 관행을 바꾸는 것이라 수사 범위 등을 두고 양 기관의 첨예한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짙다”며 “매우 세밀하고 명확하게 시행령을 마련하지 않으면 개정안을 시행한 이후에 분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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