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들의 용기있는 신고 ‘10개월 학교폭력 악순환’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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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 여주경찰, 학교와 공조… 상습폭행-갈취 일진 포함 22명 적발

경기 여주군 A중학교의 고질적인 학교폭력 악습이 피해 학생들의 용기 있는 고백과 학교 측의 적극적인 대처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해 11월 4일 학생들이 제출한 학교폭력 신고서(사진1)와 같은 달 열린 피해 학생 심리치료(사진2) 모습. 가해 및 피해 학생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인 조정모임(사진3)과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화해와 용서를 위한 마당’(사진4). 여주 A중학교 제공
경기 여주군 A중학교의 고질적인 학교폭력 악습이 피해 학생들의 용기 있는 고백과 학교 측의 적극적인 대처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해 11월 4일 학생들이 제출한 학교폭력 신고서(사진1)와 같은 달 열린 피해 학생 심리치료(사진2) 모습. 가해 및 피해 학생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인 조정모임(사진3)과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화해와 용서를 위한 마당’(사진4). 여주 A중학교 제공
“(방학 때까지) 두 달만 참으려고 했는데, 더는 견딜 수가 없었어요.”

지난해 11월 5일 경기 여주군 A중학교 상담실. 이 학교 2학년 학생 10여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10개월 넘게 자신들을 괴롭혀온 학교폭력의 실상을 처음으로 고백하는 순간이었다. 한 학생은 “3학년이 되는 내년까지 참아보려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상납할) 돈이 모자라자 나도 후배한테서 돈을 빼앗을 수밖에 없었다”며 “더는 견딜 수 없어 이렇게 나섰다”고 털어놨다. 학생들은 입을 모아 “제발 이 상황을 끝내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A중학교에서 1년간 벌어진 고질적인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들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전모가 드러났다.

○ 대물림된 학교폭력

A중학교가 집단적인 학교폭력 실태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4일. 매달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학교폭력 설문조사에서였다. 학생 9명이 상급생들의 지속적인 폭행과 금품 갈취 사실을 적어냈다. 이어 2학년 학생 15명이 직접 교사들을 찾아가 일부 3학년 학생의 ‘악습’을 알렸다. 교사들은 불안에 떠는 학생들과 짜장면을 함께 먹으며 진정시켰다.

이틀에 걸친 조사 끝에 교사들은 같은 달 7일 가해 학생들에게 ‘접촉금지명령서’를 전달했다. 곧바로 피해 학생의 학부모를 불러 상황을 설명한 뒤 가해 학생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가해 학생들은 일부 사실을 인정했지만 빼앗은 돈의 액수나 폭행 수위에서는 차이가 컸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체벌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학교 측은 여주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렸다. 또 가해 학생들에게 즉각 등교정지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학교 측은 불안과 공포에 떠는 피해 학생들을 위해 두 달 가까이 심리치료를 실시했다. 전문 상담사와 의료진이 투입됐다. 연극치료도 이뤄졌다. 모든 프로그램에는 교사들이 동참했다. 진행 상황은 모두 학부모들에게 공개했다. 가해·피해 학생 측 학부모를 따로 불러 상황을 설명한 뒤 11월 29일에는 양측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 80여 명이 4시간 동안 ‘조정 모임’을 가졌다. 한때 양측 학부모가 거세게 충돌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4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객관적인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헤어졌다. 학교 관계자는 “가해 학생도, 피해 학생도 다 제자이기 때문에 미안하고 죄스러울 따름”이라며 “비록 학교폭력을 막지는 못했지만 더 큰 피해를 막고 악순환을 끊기 위해 어쩔 수 없어 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 죄책감 없는 학생들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난 A중학교의 학교폭력은 조직폭력배의 행태를 닮아 있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가해 학생 22명은 3학년 재학생과 졸업생(2명)이다. 상당수는 특수절도, 공갈, 무면허 운전 등으로 형사 처벌과 학교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이른바 ‘문제 학생’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간 같은 학교 1, 2학년 학생 43명에게서 61차례에 걸쳐 총 260만 원가량의 돈을 빼앗고 학교 인근 야산 등지에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하급생 한 명에게 “돈을 모아 오라”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목된 학생은 동급생 여러 명에게서 돈을 거둬 5만∼30만 원씩 상납했다. 특히 이른바 ‘학교짱’으로 알려진 김모 군(15)은 학교폭력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해 11월 8일 후배 남학생 7명을 상대로 7차례에 걸쳐 자위행위를 시키는 등 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군 등 6명은 지난해 11월 초 가해 학생 1명의 집과 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가출한 13세 여중생 2명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김 군 등 4명에 대해 폭력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 장애 여학생 괴롭힌 고교생도

경기 이천시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6명이 장애가 있는 같은 반 여학생을 상습적으로 괴롭히다 적발됐다. 이천 모 고교 1학년 남학생 6명은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수업시간에 같은 반 친구인 B 양(18)의 등과 옆구리 등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다. 또 폭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가해 학생들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이런 방식으로 B 양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주도한 학생 2명에게 사회봉사 40시간 및 특별교육 이수를, 나머지 4명에게는 사회봉사 40시간의 징계조치를 각각 내렸다. 이천경찰서도 4일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학교폭력에 대처할 전담팀을 도교육청과 각 지역교육지원청에 설치하기로 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중학생들이 요즘 가장 힘들다. 그래서 일탈행동도 심하다”며 “구체적이고 현장 친화적인 정책과 사업들을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전담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여주=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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