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행복교실,폭력NO! 웃음YES!

  • Array
  • 입력 2012년 1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 집중조명 중학생 스트레스
스트레스 완전정복, 공교육 현장… “우린 학교가 즐거워요”
체험활동… 난타공연… 긍정적 방법으로 스트레스 관리

《최근 교육현장에 안타까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거나 성적을 비관한 중학생들의 자살소식이 잇따랐다.도대체 중학생들은 왜 이토록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걸까. 대다수 중학교사 및 상담전문가들은 “학교폭력, 자살 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과도한 스트레스”라고 지적한다. 학업, 교우관계, 외모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지만 마땅히 해소할 대상이 없는 데다 이를 긍정적으로 표출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에 과격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것. 이번 주 ‘신나는 공부’는 C1∼3면에 걸쳐 ‘중학생 스트레스’를 집중조명한다.

C1면에서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알려주는 중학교를 소개한다.
C2면에서는 스트레스를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하는 중학생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C3면에서는 자녀의 행동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스트레스의 위험징후를 알아본다.》

서울 대왕중학교에는 ‘행복 공간’이라는 이름의 교실 하나가 있다. 이 교실은 희한하다. 도대체 책상과 의자가 없는 것이다. 그 대신 넓은 마룻바닥에 카펫이 너덧 장 깔려 있다. 직사각형의 카펫들은 가운데의 한 점을 향해 원형으로 빙 둘러서 배열되었다.

이곳에서는 ‘Happy Together Class’라는 제목의 창의적 체험활동이 진행된다. 다 함께 행복한 수업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수업 전 이 교실에 들어온 학생들은 카펫을 온몸에 둘둘 말아 누에고치 모양을 한 채 자유롭게 누워서 이야기를 나눈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수업이 시작됐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가슴 깊숙한 곳의 소리 끌어내기’. 선생님은 양 팔을 좌우로 길게 벌리기도 하고 고개를 뒤로 젖히는 몸동작을 하면서 “아, 에, 이, 오, 우”를 목청껏 외쳤다. 그 후 학생들에게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소리를 이끌어내면서 답답한 마음도 함께 내뱉어라”고 주문했다. 학생들은 “휴” 심호흡을 한번 하고선 소리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낮게 “아” 하고 외치는 소리가 교실을 행복하게 채우기 시작했다. 행복 공간은 다른 교실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기에 학생들이 눈치 보지 않고 소리를 지르거나 갖가지동작을 할 수 있다.

(사진 위에서 아래로) 경기 남한중 방과후 수업인 저글링 수업 현장, 서울 대왕중 행복 공간에서의 공굴리기 수업 현장, 남한중 교내 축제 중 난타 공연 모습. 대왕중·남한중 제공
(사진 위에서 아래로) 경기 남한중 방과후 수업인 저글링 수업 현장, 서울 대왕중 행복 공간에서의 공굴리기 수업 현장, 남한중 교내 축제 중 난타 공연 모습. 대왕중·남한중 제공
이 학교 1학년 서혜진 양(14)의 말.

“학교에서는 교실이라는 공간, 그 속에서도 자신의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시간이 부족해요. 또 학교생활은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므로 금방 지루해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요. 그런데 이렇게 특별한 공간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기도 하고 소리를 내뱉기도 하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에요. 제 몸과 정신에 ‘쉬는 시간’을 주는 기분이에요.”

행복 공간에서는 또 다른 수업도 진행된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라는 주제의 수업이 대표적이다. 이번엔 테니스공을 굴리며 학생들이 몸을 움직인다. 큰 원을 만들어 빙 둘러선다. 공을 가진 학생이 “1번 ○○○!”라고 다른 학생의 이름을 외치면서 그를 향해 공을 굴린다. 공을 받은 친구는 다시 “2번 ○○○”라고 외치며 또 다른 친구에게 공을 전한다. 학생들에게 골고루 공이 돌아간 뒤에는 다시 역방향으로 공굴리기가 진행된다. 내가 공을 건네주었던 친구가 이번엔 나에게 공을 돌려주는 셈.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평소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친구의 이름을 크게 외쳐 부르기도 하면서 서로를 향해 닫혀 있는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행복 공간에서 이뤄지는 모든 수업에는 이 학교 윤인섭 교장이 참여한다. 윤 교장은 “하루 종일 공부에 몰두하느라 생긴 스트레스도 해소해주고 평소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친구들과도 즐겁게 소통하도록 하기 위해 행복 공간을 만들었다”면서 “수업을 마치고 교실 밖으로 나가는 학생들의 얼굴에 즐거운 표정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피가 끓는 10대 시기에는 역시 몸을 활발히 움직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의 최고 방법. 경기 남한중학교(교장 정종민)는 방과후 수업을 통해 ‘난타’와 ‘저글링’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난타 수업은 지난해 1학기에, 저글링 수업은 지난해 2학기에 처음 문을 열었다. 몸을 이용한 활동으로 삶에 활력을 불어놓는 한편 난타와 저글링 기술을 단계별로 익히면서 성취감도 느끼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

난타와 저글링 수업은 매주 화·목요일 오후 3∼5시에 다목적실과 교과교실에서 각각 진행된다. 참여인원은 수업당 18명가량. 난타를 배우는 학생들은 주로 장단에 맞춰서 북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 저글링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도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저글링은 종목만 해도 13가지에다 기구도 10가지가 넘었다. 공 여러 개를 번갈아 던지며 받기(토스 저글링)를 기본으로 해서 공을 바닥에 튕기며 묘기를 보이는 ‘바운스 저글링’, 곤봉과 유사하게 생긴 ‘클럽’이나 ‘링’으로 던지고 받는 저글링 등 신나는 묘기에 빠져들었다.

방과후 수업을 담당하는 이 학교 이미숙 연구부장교사는 “특히 성과가 금방 나타나는 활동이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스트레스를 경감하는 데 효과적”이라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저글링 수업을 통해 처음으로 보인 학생도 있고 저글링 도구를 집으로 빌려가 연습에 매진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난타와 저글링 수업에서 익힌 기술은 교내외 축제에서 공연으로 선보이기도 한다. 이 학교 3학년 이호연 군(16)은 “저글링 기술을 하나하나 터득할 때마다 성취감이 생겨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공연을 멋지게 성공한 뒤에는 자신감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