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들은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기든 말든 전혀 신경 안 쓸 겁니다", "교사 상담은 지금이라도 신청하면 할 수 있지만 도움이 안 돼서 저희가 신청을 안해요."
6일 정부가 내놓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에 대해 학생과 교사들 사이에서 대책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지만 학교폭력을 없애는 데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재탕 대책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고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 현장에 파고들 수 있는 알맹이 있는 내용은 적다는 의견도 많았다.
교과부가 경찰청과 함께 일진의 존재여부를 판단하는 '일진지표'를 개발해 정도가 심한 학교에 '일진경보'를 발령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선 SNS 공간에서도 비아냥 섞인 댓글이 이어졌고, 교사들도 업무 부담만 가중된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한 고교생은 "일진이 따돌리는 아이는 다른 학생들도 다 같이 따돌리는데 일진 신고가 들어가서 일진 경보가 가동될 수 있겠냐"며 "일진 경보가 가동되면 학교에 사이렌이라도 울리느냐"고 되물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살벌한 진짜 이야기가 필요한데 원론적이고 아름다운이야기만 하고 있다. 한마디로 뜬구름 잡는 대책"이라며 "교과부 장관이 현장을 알려면 간담회 대신 한 학기 이상 생활지도 교사로 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의 1대 1 상담은 행정업무를 줄여야 가능하다.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는데 교과부에서 하라고 하니 대충 하게 될 것"이라며 "`일진경보'도 일진이라는 용어를 학생들이 매력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더 안 좋은 말로 바꿨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정모(16)군은 "대책 중에서 가해학생을 곧바로 전학 보낼 수 있다는 내용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군은 "피해학생이 원하면 경찰 보호를 받게 한다는 내용은 피해 학생도 사생활이 있는 것이고 언제까지나 보호해줄 수 없는 만큼 오히려 피해 학생을 힘들게 만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중 3학생은 `학생들이 신체활동 욕구를 발산할 수 있도록 체육수업을 늘린다'는 대책에 대해 "애들을 때리는 게 충동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마음에 안들기 때문"이라며 "체육을 많이 한다고 폭력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이날 오후 청운중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100명이 모아 개최한 `학교폭력, 이주호 장관이 SNS로 답하다' 행사에서도 이번 대책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는 의견이 상당수 나왔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결국 아무런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은 채 '학교폭력은 이렇고 저렇고 요렇습니다'하는 것만 이야기하고 끝났네요"(@Cre*****), "원론적 이야기의 반복. 실질적 대안의 부재. 말의 잔치. 3~4년마다 반복되는 이야기들. 2015년에도 반복될듯"(@kk_*****)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또 "요즘 학생들의 윤리의식이 부족한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모든 학생의 인성교육이 더 강화됐으면 한다"(@dream_*****), "아이들끼리 해결하지 않고 부모님이나선생님 개입을 통해 학교폭력을 해결하고자 하면 어른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문제가 심해질 수도 있다"(@gsm*****)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이번 학교폭력 대책은 학교 내 고발주의 풍조가 우려됩니다"(@na16*****), "방청객을 불러놓고 SNS 간담회?"(@Arte*****)라는 지적도 나왔다.
교과부는 일진경보제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과 구체적 운영방법에 대한 질문 등이 쏟아지자 설명자료를 내고 "경보 작동 이후에는 학교폭력 조사담당 직원, 위센터전문가 등을 파견해 실태조사를 하고 가해 학생은 기준에 따라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 폭력에 가담하지 않은 일진 소속 학생들에게는 전문가상담, 또래상담, 인성교육을 실시한다"며 "외부 폭력조직과 연계가 있거나 담당직원의 조사만으로 한계가 있는 경우 경찰에 협조를 요청해 수사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일진경보 사실의 공개 여부와 관련해선 "해당 학교에만 통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외부에 공개시 `폭력이 많은 학교'라는 낙인 우려로 일진 문제가 음성화될 우려가 있으므로 일반 공개 여부는 추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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