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친구들의 폭력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D중 2학년 A 군(당시 13세) 사건을 계기로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1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대책이 3개월이 지나도록 아예 착수도 못했거나 했다고 하더라도 흐지부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 폭력 원스톱 지원센터’ 설치다. 대구시교육청은 발표 당시 학교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교육 및 사법당국이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전국 최초’의 센터라고 홍보했다. 또 동부 서부 등 대구지역 4개 교육지원청별로 설치해 2월 초에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이 센터는 이미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학교폭력을 막고 대처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동아일보 취재진이 18일 확인해본 결과 이 센터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아직 단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았다. 학교폭력을 없애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도입한 ‘폭력 멈춰(STOP) 운동’도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이 운동은 학교폭력 현장을 보면 어디서나 ‘멈춰’라고 소리치면서 경찰에 신고하도록 하는 캠페인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스티커를 제작해 붙이고 도로와 지하철 전광판을 통해 알리는 계획을 세웠지만 예산 확보가 불투명한 상태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이런 캠페인은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력현장을 보면 다가가 ‘멈춰’라고 소리치기가 쉽겠느냐는 것이다. 한 중학교 교사는 “초등학생 정도면 몰라도 가령 덩치 큰 중고교생이 싸우는 데 가서 ‘멈춰’라고 하는 게 잘 안될 수 있다”며 “취지는 알겠지만 별로 와닿지 않는 ‘보여주기 식’ 행사 같은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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