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5층서 뛰어내려… 자살직전 “맞고 산다” 문자
경찰, 가해 중학교동창 수사… 6개월새 대구에서만 8명
대구에서 또 중고교생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구 D중학교 2학년 A 군(당시 14세)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뒤 대구에서만 6개월 사이에 투신자살한 중고교생이 8명으로 늘었다. 자살 시도까지 합치면 10명이다. 과거 대구지역 자살 중고교생 수는 한 해 평균 8, 9명 수준이었다.
3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일 오후 7시 5분경 대구 수성구 지산동 H아파트 화단에 김모 군(16·S고 1학년)이 쓰러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 정모 씨(70)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김 군이 혼자 승강기를 타고 아파트 15층에서 내린 점과 컴퓨터에 “죽고 싶다. 괴롭다”는 일기 형식의 글을 남긴 점 등을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투신 직전 같은 축구동아리 회원인 중학교 동창에게 ‘(동아리에 있는 친구의 괴롭힘을) 2년째 견디는데 힘들어서 덤볐다. 하지만 깨져 맞고 산다. 그놈과 1 대 1 맞짱 뜨러 나간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친구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현재까지는 집단괴롭힘보다는 친구 1명에게 괴롭힘 당한 것을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군이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에 나온 가해학생은 중학교 동창으로 축구동아리 활동을 함께했지만 현재는 다른 고교에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김 군의 아버지(44)는 “아들이 올 1월 친구에게 맞아 고막이 찢어진 적이 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치료비만 받고 용서했다. 하지만 숨진 아들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맞거나 괴롭힘을 당한 정황이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김 군의 담임교사 박모 씨(52·여)는 “김 군은 성적이 상위권으로 교우관계도 좋은 모범생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군이 올 초 작성한 글과 휴대전화 메시지에 등장하는 가해학생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는 한편 학교 폭력이나 집단따돌림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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