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이혼 소문 퍼뜨려 흉기 휘둘러”… ‘촉법소년 나이 하향’ 법안 국회 계류
초등학생이 또래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학생은 형사 미성년자인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27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0분경 구리시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5학년생인 A 양이 동급생 B 양을 수차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B 양은 아파트 복도에 쓰러진 채 이웃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송 도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자택에서 혈흔을 지우던 A 양을 긴급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양은 경찰 조사에서 “B 양이 누군지 모른다”며 발뺌하다 추궁이 이어지자 “(B 양이)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소문을 학교에 퍼뜨려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양이 촉법소년에 해당돼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가족에게 돌려보냈으며 28일 B 양에 대한 부검을 실시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 대신 가정법원 소년부로 넘겨져 보호처분을 받는다. 전과 기록도 남지 않는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2만8024명이다. 이 중 4명은 살인을 저질렀다.
만 14세 미만의 강력범죄가 잇따르며 미성년자도 형사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기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초등학생을 집단 폭행한 중학생 7명을 처벌해 달라는 글이 올라와 27일 현재 25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회에는 촉법소년의 나이를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 또는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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