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어린이집 폐쇄” 5년전 재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7일 03시 00분


[인천 모 어린이집 폭행 파문]
정부, 유아폭행 파문 대책 발표… “실질 해법 없이 단기처방” 지적

어린이집 대책 고민 깊은 與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가 16일 서울 강서구 육아종합지원센터 드림어린이집에서 열린 안심보육 현장 정책간담회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청와대 (비선실세) 문건 파동 배후는 K와 Y’라고 적힌 김 대표의 메모가 공개된 이른바 ‘수첩 파동’으로 당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어린이집 폭행 사건 파장까지 확산되면서 김 대표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어린이집 대책 고민 깊은 與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가 16일 서울 강서구 육아종합지원센터 드림어린이집에서 열린 안심보육 현장 정책간담회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청와대 (비선실세) 문건 파동 배후는 K와 Y’라고 적힌 김 대표의 메모가 공개된 이른바 ‘수첩 파동’으로 당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어린이집 폭행 사건 파장까지 확산되면서 김 대표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아동학대자 어린이집에 발 못 붙여.’(2010년 12월 20일)

‘앞으로 다시는 아동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겠습니다.’(2015년 1월 16일)

1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어린이집 아동 폭력 근절대책’이 과거 정책을 재탕하거나 실효성이 의문시되는데도 별다른 보완책이 없어 발표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수년 전 유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내놓은 정책을 처벌 강도만 높이거나 그대로 베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날 대책에서 “아동학대 교사와 해당 어린이집 원장이 어린이집의 설치, 운영, 근무를 영구히 할 수 없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책은 2010년 12월 인천 남구 D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 폭행 사건 때 이미 추진했던 내용이다. 당시 D어린이집 원장과 원장의 어머니가 6세도 채 안 된 어린이들을 마구 때리는 폐쇄회로(CC)TV 화면이 공개돼 사회적으로 공분이 일자 복지부는 ‘아동학대자 어린이집에 발 못 붙여’라는 제목의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 “폭력교사 퇴출” 엄포… 전문성 강화-처우개선에는 시늉만 ▼

어린이집 폭행대책 재탕
1년과정 보육교사 배출 제한땐 인력수급 차질로 혼란 더 커져
사회공분 휩쓸려 묻지마式 처방


당시 복지부는 “어린이집 영유아에 대한 폭언, 체벌, 폭행 등 일체의 아동학대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위반 시 어린이집에서 영구 퇴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시 영구 퇴출을 시도했지만 업계 반발이 극심한 데다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관철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영구 퇴출은 무산되고 그 대신 10년 동안 설치, 운영, 근무를 할 수 없도록 축소됐다.

복지부는 이번에도 영구 퇴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과거 발목을 잡았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답하지 않은 채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겠느냐”는 장밋빛 전망만 내놓았다.

시설 폐쇄도 마찬가지다. 2010년 당시에도 복지부는 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에 대해 시설 폐쇄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규정은 입법 과정에서 ‘생명을 해치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로 축소됐다. 이유는 마찬가지로 업계의 강력한 로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직후에야 국민적 관심으로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만 법안이 통과되려면 몇 달씩 걸리다 보니 관심에서 멀어지고 초기의 강력한 처벌은 솜방망이가 되곤 한다는 것. 당장 이달 안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동학대 사건 발생 시 늘 등장하는 것이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다. 이날 발표에서도 복지부는 “CCTV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규 시설은 CCTV 설치를 인가 요건으로 규정하고, 기존 시설은 일정 유예기간(법 발표 후 1개월) 내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도 국회에는 의원발의로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여러 개 계류돼 있다는 점이다. 동일한 법안이 수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부처가 설치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복지부 내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복지부 공무원은 “행정부처가 할 수 있는 일은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고 통과를 기다리는 것”이라며 “제출된 법안도 처리가 안 되는데 새 개정안을 만든다는 게 꼭 일을 위한 일을 만든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회적 공분에 휩쓸려 단기 처방에 급급한 대책도 눈에 띈다.

복지부는 어린이집 교사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1년 과정인 ‘3급 양성과정’ 출신 보육교사들의 신규 배출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이버대와 학점은행제 교육기관 출신 보육교사들의 실습교육을 늘리고, 단계적으로는 이들의 자격 취득도 제한할 예정이다. 교사의 질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육교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이버대, 학점은행 출신자 수를 줄일 경우 당장 전국 4만3000여 곳의 보육교사 인력 수급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도 어린이집은 열악한 임금과 근무환경으로 교사 수급이 어려운 분야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급여, 근무환경 등이 열악해 쉽게 그만두는 교사가 많다 보니 어린이집은 인력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자격만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아동학대#어린이집#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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