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아프게 했어요” 말할 때 부모의 대화 요령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15시 17분


“엄마, 선생님이 나를 아프게 했어요.”

“뭐? 엉덩이 때렸니, 머리 때렸니?”

최근 어린이집 폭력사태에 대한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면서, 보육시설에 다녀온 아이의 발언에 민감한 부모들이 늘고 있다. 아이의 말 속에서 폭력을 당한 것 같은 낌새가 느껴지면 화들짝 놀라 재촉하듯 질문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이런 대화방식은 아이를 오히려 주눅 들게 만들고, 폭력사건에 대한 기억을 왜곡하게 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부모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내 아동학대 의심사례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대화요령과 대처방법 등을 담은 소개 자료를 28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우선 자녀가 집에 와서 어린이집에서 폭력을 당한 것처럼 이야기할 경우, 위 사례처럼 질문세례를 퍼붓는 것은 좋지 않다. 오히려 아이의 입을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말한 것 이상으로 유도질문을 할 경우 자녀의 기억이 변형될 가능성도 있다. 또 호들갑 떠는 부모의 태도에 아이가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보다’고 생각해 말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아프게 했다는 게 무엇인지 이야기해줘”라고 한 뒤 대답을 기다리는 게 좋다.

자녀가 학대 상황에 대해서 묻는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하더라도 다그치거나 강요해선 안 된다. 심리적 압박을 느낀 아이가 거짓된 대답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네가 빨리 이야기해야 엄마가 도와주지”라고 언성을 높이기보다는 “언제든 이야기하고 싶을 대 다시 이야기하렴”이라고 말한 뒤 스스로 대답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같은 내용에 대해 재차 질문하며 확인하려는 태도도 피해야 한다. 아이가 여러 번 같은 내용을 대답하는 과정에서 자기 진술을 번복하며 기억을 왜곡시킬 수 있다. 또 학대 상황을 계속해서 말하는 것이 아이에게 힘들 수도 있다. 질문은 되도록 간단히 하고, 단 시간 내에 마쳐야 한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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