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회 벽에 막힌 아동학대 대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03시 00분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무산
반대 42-기권 46… 과반서 3표 부족
학부모 “불안 해소는커녕…” 반발
與, 4월 임시국회서 재추진 방침

어린이집 내 아동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던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조치가 무산됐다.

3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관련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지만 재석 의원 171명 중 83명만이 찬성해 과반수(86명)를 얻지 못했다. 반대는 42명, 기권은 46명이다.

어린이집 CCTV 설치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쳐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17대, 18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도 관련 법안이 논의됐지만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까지 올라간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법안 부결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1월 발생한 ‘인천 K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충격적인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CCTV 설치 의무화 조치가 현실성 있게 보였기 때문이다. 또 본회의 전에 이루어진 법제사법위에서도 여야가 법안을 협의해 수정했을 정도였기에 이번 부결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복지부는 CCTV 설치뿐 아니라 ‘원장과 보육교사들에 대한 인성 교육 강화’와 ‘보조교사와 대체교사 배치’ 등의 조치도 한꺼번에 물 건너간 것을 더욱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어린이집 운영 인력의 수준을 높이고, 이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할 기회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안심하고 어린이집에 보낼 기회를 놓쳤다는 반응이다. 보육교사 인권 침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아동 학대 예방에 가장 실질적 대책으로 꼽혔던 게 CCTV였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모 씨(35)는 “대부분의 학부모는 CCTV 설치가 최선의 조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를 가장 안심하고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해 주는 ‘차선책’으로 생각했다”며 “정치권이 정말 어린이집 아동 학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가 부결됨에 따라 관련 법안은 빨라야 4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보육업계의 반발과 로비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담뱃갑 경고그림’ 통과도 불발 ▼

한편 담뱃갑 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의 처리도 무산됐다. 이날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해당 개정안을 제2법안심사소위로 넘겨 계속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특별히 빨리 처리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 심도 있는 심사를 위해 제2소위에 회부하려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담뱃갑 앞뒷면 포장지 전체 면적의 30% 이상에 경고 그림을 의무적으로 삽입하고, 경고 문구까지 포함해 50% 이상에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어린이집 CCTV 의무화#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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