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살고 있는 주부 A씨(36)는 집에 돌아온 아이의 팔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성인으로 보이는 손톱 자국 모양의 패인 상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담임교사가 식사 습관을 훈육한다며 수개월에 걸쳐 아이를 학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육시설 내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지난달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유치원·어린이집 교직원 아동학대 및 폭행현황’ 자료에 따르면 유치원 아동학대의 경우 2014년 99건에서 지난해(잠정치) 276건으로, 어린이집은 2013년 232건에서 지난해(잠정치) 815건으로 늘어났다.
보육시설은 통상 6세 미만의 영유아반을 운영하는 시설이다. 아이들 스스로 아동 학대를 판단하거나 알리기 어려워 부모가 학대 정황을 뒤늦게 발견하기 쉽다.
지난 9월 서울 금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도 우연히 어린이집을 들린 학부모가 정황을 목격하면서 밝혀졌다. 신고 이후 경찰이 해당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의 60일분을 확인한 결과 원생들에 대한 학대 의심 사례는 80여건이나 발견됐다. 하루 1건이 넘는다.
따라서 보육시설 내 아동학대 예방이나 조기 적발을 위해서는 교사·교직원을 포함한 현장 인력들, 즉 ‘신고의무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의 신고가 활발하면 아동학대를 보다 빨리 발견할 수 있고 감시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신고의무자들의 저조한 신고 현황이다.
2016년 접수된 전체 아동학대 신고 건수(2만5878건) 중 비신고의무자(아이 본인, 부모, 친인척 등)가 1만7590건으로 68%를 차지했고, 정작 신고의무자는 8288건으로 32%에 불과했다. 이중 유치원 교직원 및 보육교직원의 신고 건수는 총 400건으로 전체의 4.8%에 그쳤다. 이는 훈육이나 학대에 대한 불분명한 인식과 비뚤어진 공동체 의식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 중인 강모(32)씨는 동료 교사나 상급자의 아동학대를 신고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아동학대 기준이 명확하다고 하지만 ‘저것도 아동학대인가’ 싶은 것들이 많다. 누가 봐도 아동학대라면 회의를 거쳐 신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 이모(23)씨는 “신고하면 쉽게 말해 ‘잘릴’ 수도 있고 인근 지역 내 원장들끼리 만든 내부고발자에 내 이름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정말 큰 사건이 아니면 ‘나만 말 안하면 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와 체벌은 전통적으로 명확하게 구분이 안 돼 있다. 또 많은 기성세대가 본인 성장 경험에 비춰 판단하기 때문에 아동학대를 민감하게 받아 들이지 못한다”며 “법이 있어도 언론에 큰 사건들만 보도되다 보니 세밀한 부분이 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생활에서 일어나는 방임과 같은 정서적 학대에 대한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신고의무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무는 등 국내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결코 가볍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고 비율이 낮다”면서 “같은 선생으로서 동료가 학대를 저지른다고 해도 신고하기 어려워하는 온정적 유교 문화가 남아있다. 신고 의무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과 위반 시 처벌에 대한 교육도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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