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로 평가인증이 취소된 어린이집이 최근 5년 사이 4배 이상 늘었지만 이들 어린이집은 평가에서 94점이 넘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한국보육진흥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동학대로 평가인증이 취소된 어린이집은 2014년 16곳에서 지난해 71곳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8월 현재 22곳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해 평가인증이 취소됐다.
문제는 이렇게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들이 보육진흥원 어린이집 평가인증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71개 어린이집은 아동학대 발생 직전 평가인증 점수가 평균 94.8점에 달했으며 올해 적발된 22곳도 평균 점수가 95.11점이나 됐다.
2005년 시범사업을 거쳐 2006년부터 시행 중인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는 보육과정 및 상호작용, 보육환경 및 운영관리, 건강·안전, 교직원 등 영역별로 어린이집을 평가하고 등급에 따라 어린이집 수준을 인증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불거진 비리 유치원 문제 등을 계기로 올해 6월부터 전국 모든 어린이집에 평가인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에 높은 점수를 주는 등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81개 어린이집이 보조금을 부정수급했는데 이들 기관의 평가인증 평균점수도 94.2점이었다.
여기에 인터넷 등에선 ‘어린이집 평가인증 대행’이라고 검색만 해봐도 보육일지 대행 작성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온라인 메신저 오픈채팅방에서는 건당 2만원 수준으로 보육일지 등 서류를 판매 중인 대행업체도 있었다.
이런 현실에도 보육진흥원이 허위 서류로 평가인증을 취소한 어린이집은 지난해 기준 41건, 올해 19건 등에 그쳤다.
정춘숙 의원은 “대행업체가 허술하고 거짓으로 작성하여 제출한 서류로 인증받은 어린이집이 있는 현실과 그렇게 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행 및 거래사이트 사전 모니터링 및 단속조치와 어린이집 환경분석(종사자 처우, 1인당 담당 아동 비율, 가족경영 등)을 통해 원인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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