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단, 진술 확보… “성능 충족 안됐는데도 ‘전투용 적합’ 판정 요구”
도입 대상 선정에 윗선 개입 의혹… 해군-방사청 고위층 수사 확대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 비리를 수사 중인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방위사업청 김모 대령(구속)이 허위 구매시험평가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검찰은 김 대령에게 허위 작성을 지시한 ‘윗선’을 찾기 위해 해군과 방사청 고위층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합수단은 허위 시험평가 서류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기소한 군 관계자 등에게서 “방사청 해상항공기사업팀장이던 김 대령이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하지 못한 사업 기종과 관련해 ‘전투용 적합’ 판정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김 대령 지시에 따라 방사청 해상항공기사업팀 신모 중령(구속 기소)이 시험평가 내용을 모두 충족한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중령이 작성한 보고서는 2012년 8월 30일자 해군참모총장 보고용 ‘해상작전헬기 사업 구매시험평가결과’라는 제목으로 해군참모차장을 거쳐 최윤희 당시 해군참모총장(현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 보고돼 그대로 결재됐다.
이후 2012년 10월 방사청 통합시험평가팀이 이 같은 평가결과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지적을 하자 김 대령은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 시험평가처장 이모 대령(구속)에게 “조건부 기재를 삭제하고 단순 충족으로 평가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대령이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낸 뒤 허위 평가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해상작전헬기 기종결정안’을 2013년 1월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엔 와일드캣에 대해 “비행평가 4회, 시뮬레이션 2회의 실물평가를 실시해 133개 평가항목 전부를 충족했다. 해상작전헬기 사업기종으로 선정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작전 요구 성능을 충족하지 못한 평가 결과는 보고서에서 제외됐다.
군과 방산업계에서는 A사의 와일드캣이 미국 시코스키의 MH-60R(시호크)와 구매대상 기종에 포함되도록 전체적인 방향과 틀을 설정한 군 고위층이 누구인지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와일드캣이 구매가능 평가대상이 되도록 누군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고 이 과정에 로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관장교 출신 방산업계 관계자는 “윗선에서 평가대상을 ‘시호크’와 ‘와일드캣’ 2개로 콕 정해 내려보낸 뒤 시험평가를 하라는 식이니 윗선의 의중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 실무진에서 ‘부적합’ 결정을 내렸다면 군 내부적으로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대외군사판매(FMS·정부 간 계약) 방식으로 계약되는 시호크와 상업구매(DCS) 방식으로 가격을 정해 계약하는 와일드캣을 동일선상에 올리고 경쟁을 시킨 과정을 놓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해상작전헬기 도입 결정을 전후해 ROC 자체가 일부 변경됐는데, 방산업계는 이 중 일부가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변경’ 됐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