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씨, 아들에 돈 건넨 시점 전후로 무기중개상과 통화-식사
합수단 “몰랐다는 말, 신빙성 낮아”
최윤희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62)이 전역 두 달여 만에 해상 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와일드캣 도입을 중개한 함모 씨(59)로부터 2000만 원을 받고 시험 평가서를 허위로 작성해준 혐의(뇌물수수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최 전 의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합수단은 최 전 의장 기소를 끝으로 주요 방위사업 비리 수사를 일단락했다. 지난 1년여간의 와일드캣과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등 수사로 드러난 각종 사업의 비리 규모는 1조 원대에 이르며, 사법 처리된 관계자는 총 74명이다. 전·현직 장성의 별만 합쳐도 29개(대장 3명, 중장 3명, 소장 3명, 준장 2명)다.
합수단은 최 전 의장의 경우 아들(36)이 지난해 8월 함 씨에게 “사업을 도와 달라”고 부탁해 2억 원을 약속 받은 뒤 다음 달 2000만 원을 먼저 건네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합수단은 이 돈이 건네진 시점을 전후해 최 전 의장이 함 씨와 수차례 통화하고 공관에서 저녁식사까지 한 점으로 미뤄 “아들이 돈을 받은 줄 몰랐다”는 최 전 의장의 주장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합수단은 최 전 의장 가족과 함 씨의 유착 관계에 비춰 보면 수사로 드러난 비리 혐의는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함 씨는 최 전 의장의 해군사관학교장 시절 공관병을 자신이 소유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고급 레스토랑에 채용해주는 한편 최 전 의장과 부인 김모 씨가 공관에서 연 각종 모임에 음식을 공짜로 제공했다는 것. 함 씨는 김 씨의 권유로 한 사찰에 2000만 원을 시주하기도 했다.
이런 유착 관계로 인해 최 전 의장이 와일드캣 선정에 부당하게 힘을 실어줬다는 게 합수단의 결론이다. 2012년 2월 와일드캣이 미국 기종 시호크(MH-60R)와 맞붙자 부인 김 씨는 당시 사업을 담당한 박모 소장(57·수감 중)에게 “미국 것은 절대로 안 되니 총장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라”며 압력을 가했고, 최 전 의장도 실물평가를 거치지 않은 와일드캣을 “문제없이 통과시키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은 2013년 1월 와일드캣이 선정되자 김 씨가 주변에 “함 씨가 ‘인사’를 할 텐데 얼마나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장(61)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심모 씨(58·여), 한화탈레스 전 사업본부장 임모 씨(63)도 함 씨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이로써 와일드캣 도입 비리로 사법 처리된 관계자는 13명으로 늘어났다.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62)은 와일드캣 제작사로부터 14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박 소장 등 전·현직 군 장교 7명 중 일부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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