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철갑탄 막아내는 방탄복 개발하고도 ‘뚫리는 B급’ 입힌 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장성출신 고위직, 업체 청탁받고 바꿔

군 당국이 북한군의 ‘철갑탄’을 막아낼 방탄복을 개발하고도 방산업체의 로비에 성능이 떨어지는 다른 방탄복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금 28억 원이 낭비됐고 장병들은 북한군의 공격 위험에까지 노출됐다.

23일 감사원이 발표한 ‘전력지원물자 획득비리 기동점검’ 감사(지난해 6∼9월) 결과에 따르면 국방부는 2007년 12월부터 5년간 28억 원을 들여 나노 입자를 활용한 액체방탄복을 개발했다. 북한군이 2006년 주요 개인 화기인 AK-74(AK-47 개량형) 소총에 관통력과 살상력이 뛰어난 철갑탄을 지급한 것에 대한 대응책이었다. 국방부는 2010년 11월 이 방탄복이 성능시험에 합격하자 같은 해 12월 각 군 조달 계획을 세우고 시제품도 만들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2011년 10월 이 계획을 돌연 철회했다. 대신 S방산업체가 연구개발한 ‘다목적 방탄복’ 구입을 결정했다. 국방부는 이 업체를 2014∼2025년 신형 방탄복 30만여 벌(2776억 원 상당)을 공급할 독점 공급자로 선정했다. 이 업체는 국방부와 260억 원에 달하는 계약을 맺고 2014∼2015년 방탄복 3만5200여 벌을 일선 부대에 보급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감사원 실험에서 이 업체의 방탄복은 철갑탄에 뚫렸다.

원래 계획을 바꾼 건 예비역 육군 소장 이모 씨였다. 국방부 1급 공무원이던 이 씨는 S업체에 재취업한 예비역의 청탁을 받고 철회 결정을 한 뒤 성능 기준을 ‘보통탄 방호’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부인을 이 업체 계열사에 위장 취업시켜 39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챙기기도 했다.

이 업체는 2008년 2월∼2014년 5월 예비역 29명을 무더기 재취업시키고 이들을 활용해 군 당국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방부 장관과 방위사업청장에게 방탄복 독점공급권을 취소하고 해당 업체를 제재하라고 통보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방위산업비리#철갑탄#방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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