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014년 마카오도박 수사… 서울중앙지검, 이례적 사건 종결
검사장 출신이 전과정 변호맡아… 鄭, 작년 10월 꼬리잡혀 구속기소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은 2014년 경찰이 처음 수사했지만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정 대표 사건을 두 차례 무혐의 처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사건을 두 차례 무혐의 처분한 것은 이례적이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정 대표는 2014년 서울지방경찰청의 내사 대상에 먼저 올랐다. 정 대표가 2012년 6월 3∼7일 마카오의 카지노 3곳에서 329억 원대 바카라 도박판을 벌였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경찰은 2014년 7월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제보자가 출석을 거부하고 진술도 비협조적이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됐다. 정 대표는 검찰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수사 검사는 카지노를 가지 않았음을 입증할 자료를 요구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을 몰랐던 정 대표 측은 마카오 카지노를 방문해 카운터 상담자로부터 “정 대표가 카지노를 출입한 적이 없다”는 동영상과 녹취록을 받아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새 증거가 발견된 점을 근거로 재수사 형식을 빌려 두 번째 무혐의 처분했다.
결과적으로 정 대표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사안이 매끈하게 정리됐다. 경찰 수사 단계부터 검찰 수사까지의 변호는 검사장 출신 A 변호사가 맡았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변호사의 영향력과 로비로 사건이 왜곡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 대표 사건이 경찰 내사 단계에서 정상 처리되지 못하고 일그러졌거나 검경이 사건을 관대하게 종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이 정 대표가 가져온 증거를 첨부해 두 번째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검찰이 나중에 정 대표 도박 의혹에 관심을 더 갖지 않게 하려는 정 대표 측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정 대표의 경찰 수사기록을 검토한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 대표는 “홍콩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여권을 빌려줬다”며 본인은 카지노에 가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은 현지 경찰연락관 등의 회신 결과를 토대로 “타인의 여권으로 도박장을 출입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는 취지의 수사보고서를 만들어 무혐의로 송치할 근거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대표의 도박 의혹은 결국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꼬리가 잡혀 정 대표가 지난해 10월 21일 구속 기소됐다. 환치기 업자 이모 씨로부터 정 대표가 연루된 단서를 찾아낸 것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이 당시에도 검찰은 앞서 무혐의 처분한 경찰 수사기록을 다시 꺼내 이 씨를 추궁했지만 이 씨가 관련성을 부인해 정 대표의 추가 도박 혐의로 연결짓지 못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정 대표의 항소심 사건이 배당된 지난해 12월 29일 저녁에 항소심 재판장을 직접 접촉한 정 대표 측 브로커 이모 씨(56)를 사기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고 있다. 이 씨는 사건 알선 명목 등으로 9억 원을 챙기고 유명 가수의 동생 측을 상대로 3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씨를 검거하는 대로 이 씨의 법원 로비 의혹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이 법조 브로커를 상대로 본격 수사에 나설 경우 보석 석방을 미끼로 전관 변호사가 20억 원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이번 사건이 ‘법조 비리’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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