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 불려 온 ‘특수통’ 홍만표 “檢조사 받게돼 참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8일 03시 00분


탈세혐의로 피의자 신분 檢출두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탈세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홍만표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탈세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홍만표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참담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 피조사자로서 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27일 오전 9시 50분경 서울중앙지검 1층 청사에 출석한 홍만표 변호사(57·사법연수원 17기)는 취재진 100여 명이 둘러싸자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011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마지막으로 명예롭게 검찰을 떠났던 그가 이날은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피의자 신분으로 친정을 찾았다. 푸른색 넥타이와 정갈한 진회색 양복 차림이었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그는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특수부 후배에게 조사를 받는 심정을 묻는 질문에 한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 법무부 홍보관리관을 지내 언론에 친숙한 그였지만 이날은 카메라 셔터 세례에 시선이 흔들렸다. 7년 전에는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박연차 게이트’ 수사 언론 브리핑을 도맡아 전직 대통령의 비리 수사에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내비치던 그였다.

홍 변호사는 “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서 제가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신속하게 수사가 마무리되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 언론에서 제기한 ‘몰래 변론’ 의혹은 상당 부분 해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건 의뢰인이나 제 주변의 가족들이 저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었다”면서 “제가 감당할 부분은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탈세 의혹에 대해서는 “퇴임 이후에 변호사로서 주말이나 밤늦게 열심히 일하다 보니 다소 ‘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 중)의 원정 도박 사건에 영향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는 “영향력 행사가 전혀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홍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1층의 ‘검사선서’가 걸린 벽 앞을 무심히 지나쳐 곧바로 특수1부가 있는 10층 영상녹화조사실로 향했다. 검찰 후배이자 수사 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 이동열 3차장검사(22기)와 이원석 특수1부장(27기)도 대면하지 못했다. 2001년 특수1부 부부장으로 일한 적이 있는 홍 변호사는 이날 14기수 후배인 고형곤 부부장(31기)의 신문을 받았다. 배석한 수사관이 자료를 제시하며 조사를 도왔고, 홍 변호사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진술을 했다.

홍 변호사는 이날 객관적 자료나 수치로 세금신고 누락 등이 발견된 탈세 혐의는 일부 인정했지만 정 대표의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적극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변호사는 28일 새벽까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말경 홍 변호사에 대해 수십억 원대 탈세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탈세 혐의가 인정되면 탈루액을 추징당하기 때문에 5년간의 ‘전관 변호사’ 활동으로 치부에는 성공한 홍 변호사가 명예와 재산을 모두 잃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렸다. 검찰은 27일 정 대표와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수감 중)에게서 보석이나 집행유예를 위한 재판부 교제 비용으로 총 100억 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46·27기)를 구속 기소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검찰#홍만표#정운호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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