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영자 측에 13억대 금품 전달 혐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檢, 면세점 입점로비 관련 진술 확보
辛이사장 자택 등 7곳 압수수색… PC 교체 등 증거은폐 정황도 포착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51)가 롯데면세점에 입점시켜 주고 좋은 자리를 확보해 달라는 청탁을 하며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 측에 13억 원이 넘는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신 이사장은 출국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새벽 홍만표 변호사(57)와 정 대표를 구속한 검찰이 정 대표를 상대로 제기된 각종 로비 의혹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고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신 이사장의 배임수재 혐의를 잡고 2일 오전 검사와 수사관 100여 명을 동원해 서울 중구 롯데호텔 면세사업부, 신 이사장과 그의 아들 장모 씨의 자택 등 총 7곳을 압수수색했다. 아들 장 씨가 대표인 B사, 신 이사장 가족이 최대주주인 S사도 압수수색 장소에 포함됐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의 장녀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의 누나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이틀 전에 집을 이사하는 바람에 압수수색에서 일부 혼선을 빚었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 B사 등에서도 컴퓨터가 교체되고 관련 서류가 ‘정리’되는 등 증거은폐를 의심할 정황이 나왔다.

정 대표는 신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브로커 한모 씨(58·구속 기소)와 2012년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매장 입점 등과 관련한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검찰은 이런 형태로 정 대표 측 자금 6억여 원이 한 씨와 신 이사장에게 건너간 단서를 잡았다. 이후 정 대표와 한 씨의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정 대표가 2014년 7월부터 신 이사장의 아들 회사인 B사와 비슷한 계약을 체결하고 총 7억여 원의 자금을 넘긴 단서도 나왔다.

로비 혐의로 구속된 한 씨는 정 대표와 신 이사장 사이에 오고간 ‘이면 계약’ 정황을 소상히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장 씨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 등에서 이 같은 거래의 최종 수익자가 신 이사장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에 동원된 인원만 100명이 넘는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사정기관 주변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롯데그룹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달 내 상장을 앞둔 호텔롯데를 바라보는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분 구조로 인해 상장으로 보는 수익 대부분이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고 이는 곧 “사실상의 ‘국부(國富) 유출’이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준일 기자
#정운호#신영자#롯데장학재단 이사장#네이처 리퍼블릭#검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