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 중)의 현직 판사 로비 창구로 지목된 성형외과 원장 이모 씨(52·구속)가 인천지법 김모 부장판사에게 수천만 원을 전달할 때 화장품 박스에 담아 건넨 정황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검찰의 현직 부장판사에 대한 수사가 중간 전달책 이 씨의 구속으로 속도를 내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정 전 대표 측과 이 씨 측을 조사한 결과 정 전 대표가 김 부장판사에 대한 로비 자금 5000만 원을 전달할 때 화장품 박스에 넣어 이 씨에게 전달한 단서를 포착했다. 정 전 대표가 로비 자금 전달을 숨기기 위해 네이처리퍼블릭 소속 직원을 동원해 화장품 박스에 돈을 담아 건넸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가 시작되자 이 씨가 김 부장판사와 말을 맞춘 정황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김 부장판사에게 “정 전 대표에게서 받은 수표 500만 원은 빌린 것으로 하라”고 당부했고, 정 전 대표에게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를 산 뒤 매입 자금을 돌려받은 것에 대해서는 “발설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이 씨의 증거인멸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뽑아 한강에 버리고 성형외과 직원을 동원해 병원에 있던 다이어리를 빼돌리는 등 증거인멸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에 청원휴직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17일 자정부터 내년 2월 19일까지 6개월간 휴직 인사발령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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