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구속 직전 숨겨달라 했다” 교수남편 진술… 1심뒤 사물함 보관
경찰,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입건
지난달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사물함에서 발견된 2억여 원의 현금 다발은 100억 원 부당 수임료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최유정 변호사(47·여)의 돈으로 확인됐다. 이 돈은 최 씨의 남편이자 이 대학 교수인 A 씨(48)가 넣어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 돈이 최 씨의 범죄수익금일 확률이 높다고 보고 A 씨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수원중부경찰서는 4일 A 씨의 자택과 학교 사무실,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 “아내(최 씨)로부터 받은 돈으로 내가 사물함에 넣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A 씨는 “(지난해 5월) 아내가 구속되기 직전 돈을 (내게) 주며 숨겨 달라고 했다”며 “묻지는 않았지만 ‘그 수임료구나’라고 생각해 은행 계좌에도 넣지 못하고 있다가 1월 초 아내의 1심 선고가 난 뒤 2월 16일 사물함에 넣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나 부인 최 씨가 추가로 은닉한 자금이 있는지 추궁할 계획이다. 사물함에서 발견된 2억여 원이 범죄수익금으로 판단되면 전액 국고로 환수할 방침이다. 최 씨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에게서 100억 원의 부당 수임료를 받아낸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과 추징금 45억 원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 추징금을 다 납부하지는 않았다.
A 씨가 보관한 현금이 발견된 건 지난달 7일. 5만 원권 1800장(9000만 원)과 100달러짜리 1000장(10만 달러·약 1억1500만 원)이 서류봉투 4개에 나뉘어 담겨 있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10여 일 뒤 사물함이 놓인 곳의 입구 복도를 촬영하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A 씨의 모습을 포착했다. 화면에는 A 씨가 돈이 발견되기 3주 전에 서너 차례 사물함을 오가는 장면이 촬영됐다. 이 복도 입구 안쪽으로는 사물함만 있을 뿐 사무실 등은 없으며 다른 통로도 없다. A 씨가 이곳을 드나들었다면 사물함을 사용하려는 목적 말고는 다른 볼일이 있을 수 없는 셈이다.
경찰은 “120일 분량이 보관된 CCTV 영상을 모두 살펴봤는데 학생 말고 직원이나 다른 교수가 드나든 사실은 없었다. 전체 영상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A 씨를 최근에야 특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A 씨의 교수 사무실은 사물함이 있는 이 건물에 있다.
구속 수감 중인 최 씨는 이 2억여 원의 출처를 모른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의 변호인은 이날 “(보도를 보고) 궁금해서 돈의 출처를 물어봤지만 최 씨가 ‘우리 부부와 전혀 관련 없는 돈’이라고 했다”라면서 “최 씨는 가진 재산을 모두 압류당해 그만한 돈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이 돈이 최 씨의 부당한 수임료에서 빼돌린 돈이라면 추징금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범죄수익금으로 확인되면 검찰이 추가 조사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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