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복→ 현기환→ 시행사 대표… 檢, 흘러간 자금 성격 집중 조사
현기환 창립 ‘사하경제포럼’ 압수수색… 포럼고문 허남식 前시장도 영향권
‘엘시티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부산 문현금융단지 2단계 사업 비리 수사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 임관혁)는 지난해 10월 이영복 엘시티 회장(66·구속 기소)이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7·구속)에게 50억 원을 건넸고 이 중 일부가 문현금융단지 2단계 사업 시행사 대표인 설모 씨(57)에게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부산도시공사로부터 해당 사업의 자료를 제출받고 담당 직원을 상대로 조사도 벌였다.
문현금융단지는 2009년부터 부산을 ‘금융 허브 도시’로 만들기 위해 부산 남구에 조성 중인 복합금융단지다. 토지 소유자인 부산도시공사는 개발 규모가 크고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총 3단계로 나눠 사업을 진행 중이다. 2단계 사업 시행사인 S사는 자금난과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8월 공사에 착수했다. 총공사비 4000억 원을 들여 지상 36층, 49층 2개 동 건물을 2018년까지 지을 예정이다. 해당 건물에는 오피스텔, 호텔뿐 아니라 18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 극장도 조성된다.
국내 뮤지컬 업계의 대부로 알려진 설 씨는 숙원 사업이던 대형 뮤지컬 극장 설립을 위해 이 사업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돈을 건넨 시기가 엘시티 사업에 부산은행이 3800억 원대의 대출을 확정한 지난해 10월이라는 점에서 뇌물이 아닌지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사업을 하는 지인과 이 회장 사이의 돈 거래를 선의로 도와줬을 뿐이다. 채무는 다 변제했고 계좌를 봐도 문제가 없다”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현 전 수석이 이 회장에게서 받은 돈을 설 씨에게 보낸 뒤, 다시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 받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현 전 수석이 이 회장에게서 받은 돈을 이용해 설 씨가 운영 중인 시행사의 지분을 챙기려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본보는 설 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검찰은 최근 설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현금융단지 사업에 현 전 수석이나 이 회장이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뮤지컬 프로듀서인 설 씨가 갑자기 대형 건설 사업에 뛰어든 점, 2013년 4월 부산 남구에서 건축 허가를 받을 당시엔 32층 규모이던 단일 건물이, 1년 뒤 36층 49층의 2개 동으로 설계가 변경된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현 전 수석이 2014년 11월 20대 총선 준비를 위해 창립한 ‘사하경제포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사무실 컴퓨터 자료와 서류를 모두 확보하고 포럼 관계자 1명의 휴대전화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포럼에는 허남식 전 부산시장(57)이 고문으로 등재돼 있어 검찰 수사망이 엘시티 인·허가 당시 시장을 지낸 허 전 시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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