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44·사법연수원 30기)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와 서지현(45·33기)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가 팟캐스트 공개방송에 출연해 검찰 조직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초임 시절 경험을 통해 검찰 조직의 성 감수성이 여전히 낮고 내부고발자를 기피하는 문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직 검사가 팟캐스트 공개방송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일 호루라기재단이 공개한 ‘호루라기 부는 사람들’ 팟캐스트 방송에서 임 부장검사는 “초임 때 한두 달 만에 술자리에서 부장이 제 입술에 뽀뽀를 한다거나 부산에서도 볼 뽀뽀를 했다. 솔직히 그때는 참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서지현 검사도 상갓집에서 당했지 않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위를 조절해야 했다”라며 “평판 조회를 해서 부장들이 배타를 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임 부장검사는 검찰 조직에 대해 “아직까지 강고하다”라며 “윗사람 몇 명 나갔지만 과거에 정권에 부합해서 일했던 분들 그대로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남부지검에서 있었던 지난 2015년 성희롱 사건과 2016년 김모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언급하면서 “2015년 사건이 조용히 덮였다. 검찰에서 괜찮은 선배들은 침묵하고 방관하고 묵인했다. 그걸 봤던 김모 검사는 말할 곳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의 경우 판사들이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는데 검찰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검찰에는 모임이 있지만 검사장들이 커뮤니티를 하나씩 맡아서 하는 식이다”라며 “(나와) 친하다고 소문나는 것도 무서워하는데 뭉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경우에는 우리보다 희망이 있는 것이 결국 이탄희 판사님의 문제 제기가 (사법농단 의혹을 수면 위로) 이끌어내지 않았나”라며 “검찰은 일이 많고 인사가 불투명해서 상명하복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분석했다.
이날 서지현 검사도 “처음 검사가 됐을 때는 단 하루도 성희롱을 당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면서 “회식 자리에서는 거의 100% 이뤄진다고 봐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검사는 “일반적인 점심 식사 자리, 차 마시는 자리에서조차 거의 일상적으로 있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참는 것이었다. 많은 분들이 장례식장에 있었던 일을 충격적이라고 하는데 비슷한 일을 많이 겪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견딜 수 없었던 것은 가해자가 자중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인사보복을 했던 것이다”라며 “입바른 소리를 하면 법무부와 검찰은 정치하려고 한다는 프레임으로 묶는다. 그래서 불출마 선언까지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부장검사와 서 검사는 검찰의 부조리를 폭로했던 이른바 조직 내 ‘반골’들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임 검사는 지난 2012년 민청학련 사건 재심공판에서 백지구형을 예정했던 내부 방침과 달리 무죄를 구형하고 이후에도 내부 게시망에 조직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던 바 있다.
서 검사는 지난 1월 안태근(52·20기) 전 검사장이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자신을 성추행했고, 2015년 8월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건으로 안 전 검사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서 검사가 국가와 안 전 검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방송에는 임 부장검사와 서 검사 이외에 박병규(45·29기)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가도 출연했다. 박 검사는 임 부장검사가 2014년 7월 과거사 재심 사건을 다루면서 내부 방침과 달리 무죄를 구형했을 때 지지하는 글을 게시물에 올린 이후 적격심사에서 탈락했다가 지난 4월 복직했다.
한편 방송에서는 지난 5월 강원랜드 수사단 외압 의혹 관련 미승인 기자회견을 한 안미현(39·41기) 검사의 징계에 관한 내용도 언급됐다. 임 부장검사는 안 검사와 관련해 “징계절차가 갑자기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 같다”며 “내년에는 적격 심사도 예정돼 있어서 인사 불이익 유인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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