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순간…여성단체, 법정서 환호·눈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상습 성폭행 혐의
법정 나서며 "비를 맞아도 기분 좋다"
공대위 측 대법원 앞서 "안희정 유죄"
9일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 실형이 확정된 후 안 전 지사 유죄를 주장해온 여성 시민단체가 환호했다.피해자 김지은씨는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대독 형식을 통해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폭력이 지금 당장 끝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날 안희정 유죄 확정 판결은 우리들,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승리”라며 “이 순간은 반성폭력운동사에 거대한 진전을 이룬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며 여성들이 새로운 사법정의를 세운 날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김지은씨의 변론을 맡았던 정혜선 변호사는 “지난해 3월 수사과정부터 이날까지 모든 증거기록과 공판기록을 보았던 피해자 변호사로서 사실 아닌 내용이 무분별하게 퍼지거나 왜곡되는 것을 지켜보며 대법원 판결 선고만을 간절하게 기다렸다”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에게 적용된 범죄성립 요건인 ‘위력’은 이미 여러 판례를 통해 축적된 확고한 법률적 정의”라며 “그동안 자신의 피해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말할 수 없었던 수많은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들에게 본 대법원 판결이 주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마지막 발언 순서는 김씨였다.
김씨는 이날 남성아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의 대독을 통해 “세상에 안희정의 범죄사실을 알리고 554일이 지난 오늘, 법의 최종 판결을 받았다”면서 “마땅한 결과를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아파하며 지냈는지 모른다. 진실이 권력과 거짓에 의해 묻혀 버리는 일이 또 다시 일어날까 너무나도 무서웠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2차 가해로 나뒹구는 온갖 거짓을 정리하고 평범한 노동자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면서 “제발 이제는 거짓의 비난에서 저를 놓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외에도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경숙 용인성폭력상담소장, 손영주 서울여성노동자회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등이 이날 기자회견에 나와 안희정의 실형 확정에 대해 발언을 이어갔다. 중간중간 안 전 지사 지지자들의 고성이 기자회견을 방해하기도 했으나 이들은 “결국 미투가 이긴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등 구호를 외치며 대응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1호 법정에서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안 전 지사에 대한 모든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안 전 지사는 징역 3년6개월 실형이 확정됐다.
상고 기각 선고가 나자마자 방청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100석 가량의 방청석을 모두 채우고도 부족해 법정을 가득 둘러싼 시민단체 일원들은 법정을 나서면서도 연신 서로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훔쳤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4차례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5차례에 걸쳐 김씨를 강제추행하고 1회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도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이 믿기 어렵고 안 전 지사의 위력 행사가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정형화한 피해자 반응만 정상적인 태도로 보는 편협적 관점”이라며 “김씨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이 없다”면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고, 안 전 지사는 법정 구속됐다.
이처럼 각각 무죄와 실형으로 1·2심의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이날 2심 판결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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